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발 경기 둔화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수급의 '열쇠'를 쥔 외국인이 등을 돌리면서 시장이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한때 2100선이 무너졌지만 화학 음식료 등이 반등을 주도해 0.08%(1.77포인트) 떨어진 2102.41로 마감됐다.

외국인은 이날 233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는 등 매도 강도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프로그램과 연계된 외국인의 매도세도 주춤해지는 추세다. 이날 역시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높기는 했지만 매도 규모는 1800억원대로 크게 감소했다. 차익 실현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복귀를 낙관할 수 없다는 증시 전문가들이 늘었다. 특히 수급 영향력이 큰 미국계 자금의 유입 여부가 향후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됐다.

◆화학 · 조선주부터 '팔자'

외국인은 조정 국면에서 화학과 함께 조선주를 먼저 팔았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이달 들어 외국인 보유 주식 비중이 가장 많이 줄어든 종목은 한화케미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순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달 말 20.66%였던 보유 비중이 18.97%(16일 현재)로 1.69%포인트 낮아졌고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18.43%,29.05%로 보름 만에 1%포인트 넘게 감소했다.

자동차주 중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비중을 가장 많이 줄였다. 작년 말 47.33%였던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달 말 45.54%로 감소한 데 이어 이달 44.61%까지 떨어졌다. 반면 현대 · 기아차는 보유 비중 감소폭이 0.3~0.4%포인트에 그쳤다.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시장 점유율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부품주는 상대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매력이 낮아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자동차 화학 등 가격 부담이 큰 종목과 함께 향후 이익 모멘텀이 부족한 종목들이 외국인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계의 복귀 시점은?

외국인은 지난 4일 동안 2조377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초 매도 주체를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유럽계 자금으로 보고 별로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일본 대지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올랐던 한국 증시에서 일부 차익 실현을 끝내면 금세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전날 실망스러운 5월 제조업지수와 주택시장지수 등 미국발 경기 둔화 가능성에다 국제 상품 가격의 변동성 확대,유럽 리스크 재부각 등으로 외국인의 본격적인 복귀가 6월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계 자금 등의 차익 실현 매물은 마무리 국면"이라며 "현 시점에서 외국계 자금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계 자금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제 투자자금의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미국 내 주식형펀드 순유출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미국계 자금의 조기 복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 등은 외국인의 최근 매도는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일 뿐이라며 조기 복귀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손성태/강지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