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이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전처럼 소수 경력직을 뽑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유학생 위주로 정규 신입사원을 모집하는가 하면 외국인을 채용해 국내에서 교육시킨 뒤 다시 해외로 파견하는 기업도 있다.

◆국가별로 릴레이 채용 나서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미국 뉴저지 SK 미국법인 사무실에선 SK C&C의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이 있었다. 재미교포와 유학생 등 6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인력본부장인 이강무 상무를 비롯한 4명의 임원이 현지에서 면접을 진행했다. 이들은 닷새 동안 꼼꼼한 전형을 거쳐 최종적으로 54명을 뽑았다. 12 대 1이 넘는 경쟁률이었다. 새로 뽑힌 사원들은 오는 7월에 정식으로 입사해 한국 SK C&C 본사에서 직무교육을 받은 뒤 해외 사업과 관련된 업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현재 18% 수준인 해외 신입사원 채용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LG CNS는 올 들어 매달 국가별로 신입사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난 2월은 중남미,3월 미국,지난달에는 중국과 영국을 찾은 데 이어 이달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인력을 뽑고 있다. 이 회사는 현지인 수준의 어학 능력과 타국 문화 적응력을 갖춘 한국인을 위주로 뽑는다. 김대훈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채용 담당자와 함께 해외 리크루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올 한 해에만 해외 인재를 100명 이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S는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과 임원 등 핵심 인력 위주로 해외 인재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포 등 한국계 외국인을 우대했지만 최근엔 전문 기술력을 갖춘 외국인 임원 등으로 모집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고순동 사장은 20년간 IBM에서 일한 뒤 2003년 임원으로 영입돼 지난해 말 사장 자리에 올랐다.

포스코ICT 역시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법인에서 현지 전문 인력을 활발하게 채용하고 있다.

◆인재가 글로벌 경영 성패 가른다

국내 대형 IT 서비스 기업들이 해외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해외시장 개척 때문이다. 국내 IT 서비스업 시장이 성숙기에 이르면서 내수만으로는 매출이나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강무 상무는 "좁은 한국시장을 벗어나려면 글로벌 비즈니스를 실행할 수 있는 해외 전문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역량 있는 핵심 인재를 새로 투입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의지도 작용하고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외부에서 핵심 인력을 데려다 투입하면 기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영어권 국가의 경우 충원할 수 있는 인재의 저변이 상대적으로 얕다는 것도 채용을 서두르는 요인이다. 비영어권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 신입사원을 미리 뽑아 한국 본사에서 교육시킨 뒤 현지에 다시 투입하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김영수 LG CNS 경영지원본부 부사장은 "중남미 인도 러시아 등 차세대 해외 사업에 필요한 인재 선발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