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부산은행 등 헌인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주단은 지난 주말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 임원들을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으로 불렀다. 두 건설사가 지난 11일과 12일 법원으로부터 각각 법정관리 개시 연기를 통보받은 데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삼부토건은 "헌인마을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기가 돌아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2100억원 중 자신이 분담해야 할 몫인 절반을 상환하고,시공사에서 빠지겠다던 종전 입장을 철회했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은 법정관리를 일단 철회한 다음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전환한다는 데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어느 정도 자율성을 확보해야 헌인마을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침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만 구하면 워크아웃을 가능토록 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이번주 공포될 예정이다.

두 건설사와 채권단은 헌인마을 프로젝트를 민 · 관 개발사업으로 전환해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등 사업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하기로 했다.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아파트를 분양해야 사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가능케 할 보금자리주택 특별법이 다음달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이 헌인마을 사업을 정상화시키고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한 신뢰 상실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여전히 난관이 많아서다. 우선 동양건설 몫의 ABCP를 어떻게 상환할지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동양건설과 신한은행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신한은행은 우리은행을 포함한 대주단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로를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하는 전형적인 '치킨게임' 양상이다.

고객과 투자자들의 신뢰 상실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는 논의조차 않고 있다. 삼부토건과 동양건설 측은 "개인투자자들이 ABCP에 대한 만기연장을 해 주지 않아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연장이 안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 회사가 법정관리 전격 신청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기 때문이다. 추락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조재길 경제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