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생들은 가장 닮고 싶어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을 꼽았다. 지난해 KB금융지주 회장을 맡아 특유의 '소통경영'으로 구조개혁을 이룬 점이 젊은층에 각인됐다는 분석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1위에 올랐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여대생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한국경제매거진이 발행하는 대학생 매거진 '캠퍼스 잡&조이'가 창간 1주년을 맞아 지난달 5~7일 전국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닮고 싶은 CEO'를 조사한 결과 어 회장이 금융(은행 · 지주회사) 부문에서 34.8%로 최고 득표율을 차지했다. 전체 득표수도 348표로 가장 많았다. 거대조직인 KB금융지주를 이끌며 큰 잡음 없이 조직의 체질 개선을 이뤄낸 점이 높이 평가됐다. 2003~2006년 고려대 총장 시절 개혁을 지휘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점도 대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분석이다.

정보기술(IT) 제조업 부문에서는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30.0%의 지지를 받아 톱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8만4000여명의 삼성전자 구성원을 이끌며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점을 인정받았다. 2위는 오너 리더십의 '독한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16.3%)이 차지했다.

비 IT 제조분야에서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14.3%)이 꼽혔다. 정 회장의 지휘 아래 포스코는 철강에서 에너지와 건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매출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해 놓았다.

2위에는 여대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9%)이 선정됐다. 1997년 취임 후 '라네즈''헤라''설화수' 등을 장수 브랜드로 키워낸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제조업 부문 상위는 40대 젊은 CEO들이 휩쓸었다. 1963년생 김상헌 NHN 사장(15.1%),1967년생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10.5%),1970년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7.1%)이 주인공이다.

김상헌 사장은 법조인 출신 IT벤처 기업가라는 독특한 이력 덕분에 법학 계열 학생들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리니지 신화'를 낳은 김택진 사장은 남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반면 삼성의 첫 여성 CEO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여대생 지지가 남성의 5배에 이르러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금융(보험 · 카드 · 증권) 부문에서는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 12.7%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는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16.0%),공기업 가운데는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13.4%)이 가장 닮고 싶은 CEO로 선정됐다.

함께 조사한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도 대체로 CEO의 인기를 따라갔다. IT 제조업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44.5%의 몰표를 받은 가운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테크윈 등 삼성 계열사의 인기가 높았다. 2위인 LG전자(12.2%) 외에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LG 계열사도 선호 직장으로 꼽혔다. 금융 분야에서는 KB금융지주가 성별이나 전공 차이 없이 38.3%의 고른 지지를 얻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