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너희 회사가 그렇게 나쁜 곳이었니'라고 물으시는데….'걱정 마시라'고만 합니다. "(금융감독원 A선임조사역)

"금감원에 가자고 하면 욕부터 하는 택시기사들도 있어요. "(금감원 B팀장)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금감원 직원들이 겪고 있는 고단한 일상이다. 조직 전체가 '죄인' 취급을 당하고 있는 터라 직원들은 어떤 대꾸나 항변도 자제하고 있다.

합리적인 비판이 결여된 '지나친 금감원 때리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와의 유착과 '낙하산 감사' 관행,그리고 일부 직원들의 비리는 이번 기회에 척결해야 하지만 '과잉 비판'이 '과잉 대응'으로 이어진다면 자칫 금융시장 전체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8일 "금감원이 잘못한 점은 그에 맞게 비판하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차분한 접근이 이제는 필요하다"며 "감정적인 비판은 불필요한 대응을 낳게 되고,결국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우리 사회 전반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선 '앞으로는 원리원칙대로 검사하고 감독해 걸리는 대로 족족 조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들린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시작될 금융회사에 대한 정기 종합검사 때부터 완전히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결기'도 느껴진다.

금융계는 잔뜩 긴장해 있다. 한 대형 저축은행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반기 결산 결과가 나오는 7,8월쯤에 가서야 일부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봤지만 최근엔 나름대로 리스크를 관리해 온 곳들마저 폭풍에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찾아오는 곳이 저축은행과 같은 서민금융회사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은행 수준으로 엄격하게 한다면 살아남을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국무총리실 주도로 출범할 '금감원 쇄신 태스크포스(TF)'에서 금감원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것 역시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문제라고 해서 아예 배제해버린다면 금융관료나 타 기관의 이해관계에 TF가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은 '자체 쇄신안'을 내부에서 마련했지만 국무총리실에 전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융회사 감사로 가는 것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에서 자진사퇴한 이석근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의)감사 추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옳지만 개인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감사 공모에 지원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