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歌王) 조용필의 귀환은 화려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시작된 '2011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전국 투어 콘서트-바람의 노래'는 공연장을 메운 1만명의 관객들을 환상적인 신세계로 데려갔다. 백발의 노부부는 "역시 조용필" "좋아 좋아"란 감탄사를 연발했다. 중년 아주머니도 흥겹게 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옆자리의 20대 남녀는 형광봉을 흔들며 "오빠"를 연호했다. 모두가 하나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가왕의 노래에 빠져들었다.

이날 공연은 무대와 객석이 훌륭하게 어우러진 소통의 한마당이었다. 무대에 오른 조용필이 "이렇게 얘기하면 조금 쑥스럽지만 정말 여러분이 보고 싶었다"고 말하자 관객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그는 이어 '못찾겠다 꾀꼬리''고추잠자리''사랑해요''바람의 노래' 등 빠른 박자와 강렬한 사운드의 곡들을 선사했다. 그의 열창에 관객들도 함께 땀에 젖어들었다.

'큐''한오백년''돌아와요 부산항에''추억 속의 재회''나는 너 좋아''모나리자''청춘시대' 등 26개 곡이 메들리로 이어지고 앙코르곡 '친구여'까지 그는 2시간30분 동안 무대를 용광로처럼 달궜다. 록 · 발라드 · 전통곡 · 댄스 장르를 넘나들며 작사와 작곡 · 가창력까지 선보인 가왕의 마력은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감동을 전했다.

소통의 백미는 그가 고안한 무빙스테이지였다. 그는 2층짜리 무빙스테이지에서 '단발머리'를 부르며 6m가량 떠올라 관객들의 머리 위를 지나 50m가량 앞으로 뻗어나가며 2층과 3층의 객석으로 다가갔다. 관객들은 일순 숨을 멈췄다 "용필이 형" "오빠 사랑해요"를 외쳤다. '땡큐 조용필'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그의 노래를 합창했다.

2개의 무빙스테이지는 2층으로 갈라지거나 합쳐지기를 반복하며 장관을 연출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은 무대를 화려하게 채색했다.

가왕은 팬들을 극진하게 섬겼다. 무빙스테이지에서 그는 팬들에게 무대가 잘 보이는지 물었다.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눴다. 여러분의 신청곡을 받겠다고 말하고는 그 곡을 들려줬다. 그는 "노래할 때 배에 너무 힘을 줘 허리띠가 끊어졌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관객을 웃기기도 했다.

이날 공연이 끝난 뒤 인터넷에도 후기가 쏟아졌다. "세월의 흐름이 그의 목소리를 무디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게 부끄러웠다. 멋진 목소리와 화려한 무대,철학적인 가사에 객석과 자연스럽게 소통까지….그는 '위대한 가수'였다. 혼신의 힘을 다한 그의 노래에 어머니 세대는 여고 시절로 되돌아간 듯했고,젊은 나도 절로 박수를 보냈다. "(블로그 '조용필은 무대 위에서 여전히 오빠였다')

조용필의 무대는 늘 한국 공연문화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03년 잠실주경기장 4만5000석을 처음 매진시켰고,2009년에는 같은 장소에서 이틀간 10만명을 동원하며 최단 기간 최다 관객을 동원했다. 그는 내달 4일 의정부 종합운동장,11일 청주 종합운동장,18일 창원 컨벤션센터,9월24일 경주 종합운동장,10월1일 성남 종합운동장,11월19일 일산 킨텍스,11월26일 부산 벡스코,12월3일 대구 엑스코 등에서 공연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