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룻새 10% 이상 떨어지는 등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이슈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13.92달러(12.17%) 떨어진 100.48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2.62달러(2.63%) 내린 97.18달러를 기록하며 97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다른 상품 가격도 최근 한달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은 가격은 하루 동안 7~8%씩 급락하는 등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중이다. 최근 한달 동안 은 가격은 13.10% 떨어졌고, 아연과 동 가격은 각각 15.12%, 10.52% 하락했다.

원면 가격이 한달새 28.28%, 옥수수 가격이 11.10%, 소맥 가격이 9.15% 떨어지는 등 농산물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급락세에 관련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들어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해온 정유주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S-Oil 가격은 최근 1주일 동안 12.57% 급락했고, SK이노베이션과 GS도 각각 6.46%, 9.05% 떨어졌다.

은이 매출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고려아연 주가도 11.49% 하락했다.

이 같은 가격 약세는 투기수요가 일시적으로 빠져나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5일 발표된 미국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 등 노동지표가 예상 외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가격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승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상품가격은 투기수요의 감소, 거래에 대한 증거금 인상, 달러화 반등 등의 요인이 상품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WTI 기준 국제유가가 리비아 사태 이전 수준인 90달러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진은정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4월 초까지의 유가 상승은 그 원인이 투기적인 수요 증가에 있었고 최근의 하락은 투기 수요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라는 점에서 유가의 재상승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의 원유 재고 수준이 높아 공급 측면에서 가격 상승 유인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기존 주도주의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단기적인 조정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약세가 단기적으로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애널리스트는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주요국 긴축정책이 지연될 것"이라며 "글로벌 증시의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진 애널리스트는 "최근에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석유류 가격 하락은 국내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의 물가 안정 유도 정책이 약화되며 부 제품 가격 상승이 현실화될 수 있으며, 추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완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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