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가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하마오카(浜岡) 원자력발전소는 일본이 내심 우려하는 도카이(東海)지진의 진원 한가운데에 있을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일본은 이 원전을 운영하는 주부전력의 전력 공급 능력에 여유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원전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다른 지역의 원전을 어찌할 것이냐는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마오카 원전은 = 하마오카 원전은 시즈오카(靜岡)현 오마에자키(御前崎)시에 있다.

시즈오카현은 도쿄, 가나가와(神奈川) 등 간토(關東)지방에 인접한 지역으로 도카이 지방(시즈오카.아이치<愛知>.미에<三重>.기후<岐阜>현)으로 분류된다.

일본 정부 대책위원회는 100∼150년 주기로 일어나는 도카이 대지진이 1854년을 마지막으로 150년간 발생하지 않았다며 30년 내 규모 8.0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87%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지진이 하마오카 원전 인근 바다에서 발생할 경우 쓰나미 탓에 후쿠시마(福島) 원전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더구나 하마오카 원전은 도카이 지진의 진원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도카이지진이 일어나면 그 피해가 수도권을 직격할 것이라는 점이 일본의 고민이다.

하마오카 인근 지역은 일본 교통의 '대동맥'이라 불리는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과 도메이(東名)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교통 중심지이기도 하다.

1976년 가동을 시작한 하마오카 원전은 1∼5호기로 이뤄져있다.

2009년 1월 1, 2호기는 운전을 중단했고, 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3호기는 정기검사 중이고, 4, 5호기가 가동되고 있다.

6호기는 건설 중이다.

지금까지는 3호기 재가동 시점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운영사인 주부전력은 최근 7월에 재가동할 수 있다고 시점을 제시했지만 시민단체가 잇달아 반발한데 이어 간 총리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운영사 사정은 = 일본은 여러개 전력회사가 구역을 나눠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후쿠시마현 뿐만 아니라 도쿄.지바현 등에 전기를 공급한다면 하마오카 원전을 운영하는 주부(中部)전력은 시즈오카(일부).나가노(長野).기후(岐阜).아이치(愛知).미에(三重)현에 전기를 보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이 사고로 멈춘 뒤 도쿄전력은 심각한 전력난을 겪었지만, 주부전력은 사정이 약간 다르다.

주부전력의 전기 공급 능력은 3천89만㎾인 반면, 이 지역의 여름철 최대 수요는 2천709만㎾, 하마오카 3, 4, 5호기의 출력은 약 360만㎾다.

하마오카 원전을 정지시켜도 주부전력 관할 지역에 당장 전력부족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도쿄전력의 전력주파수는 50㎐로 다른 지역과 달라 전력을 빌려쓰기 어려운 반면, 주부전력은 인근 간사이전력과 마찬가지로 60㎐여서 융통성이 있다.

다만 주부전력의 관할 지역인 아이치현에 일본 제조업의 상징인 도요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이 자리잡고 있어 전력 공급 차질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일본내 반응은 = "하마오카 원전을 멈추는 건 당연하다"는 반응과 "다른 원전은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으로 갈렸다.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에 하마오카 원전 운전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원고단은 이날 "기쁘고 감동했다.

원자력발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흥분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이 원전의 안전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해온 가와카쓰 헤이타(川勝平太) 시즈오카현 지사도 "지역의 요청을 최우선시한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시하라 시게오(石原茂雄) 오마에자키 시장은 "일본 전체가 지진 열도인데 왜 하마오카 원전만 문제를 삼느냐"고 불만을 표시했고, 도요타자동차 등 기업들도 "전력 공급이 자칫 차질을 빚을 경우 영향이 클 것"이라고 신경을 곤두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이 있는 다른 지자체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오나가와(女川) 원전이 있는 미야기현의 다카하시 도시미쓰(高橋俊光) 원자력안전대책실장은 "안전 제일이라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하필 왜 이 타이밍이냐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