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대표 김원배)의 박카스만한 장수 상품도 없다. 올해 출시 50년을 맞은 박카스는 국민 누구나 한번쯤은 마셨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박카스는 1961년 알약 형태로 처음 출시됐다. 1962년 20㏄ 앰플 형태인 '박카스-내복액'으로 교체됐으며 1963년 8월에 지금과 같은 드링크 형태의 '박카스-D(drink)'가 나왔다. 1991년 5월에 성분을 보강한 박카스-F로 발전했고 2005년 3월 박카스-F가 박카스D로 업그레이드됐다. 박카스D는 타우린(taurine) 성분이 2배 보강됐다는 'double'의 의미다.

타우린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생체 물질로 체내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고 간 기능을 보조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피로 회복,항스트레스 작용,간장 손상 방어,동맥경화 치료,시력 관리,고혈압 예방 등의 효능이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타우린을 활용한 최초의 건강음료가 바로 박카스인 셈이다.

박카스 개발의 주역은 강신호 회장이다. 1960년대에는 국민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고 술과 과로에 시달리던 시기였다. 강 회장은 간기능 강화 효과가 있는 타우린 성분에 비타민 등을 섞어 당시 유행하던 비타민제와는 다른 개념의 새로운 약으로 내놓았다. 간 보호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시청 앞 박카스상에서 영감을 얻어 '술로부터 간장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그리스신화의 술과 추수의 신인 '박카스'로 제품명을 지었다.

당시 회사명이나 성분명을 이용해 제품명을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신화 속 신의 이름을 붙이는 파격적인 상품명으로 탄생한 '박카스'는 크게 주목받았다. 제약업계에서는 '박카스 신화'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사회가 급변하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급속히 단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세기를 한결같이 국민의 피로회복제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박카스 신화는 매출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금까지 팔린 박카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170억만병을 넘어섰다. 판매된 박카스 병을 일렬로 펼쳐놓으면 지구를 50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천안공장의 박카스 생산라인에서는 1분당 2400개의 박카스가 생산된다. 이 속도는 기관총 발사 속도의 4배에 달한다.

회사 관계자는 "동아제약이 1967년 이후 업계 1위 기업으로 부상하게 된 것은 박카스의 힘"이라며 "지금의 동아제약이 전문의약품 중심의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박카스 판매수익 덕분"이라고 말했다.

박카스의 장수 비결은 발매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맛과 품질에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 병의 박카스를 만들기 위해선 30여가지의 공정과 품질검사를 거쳐야 한다. .김원태 대표는 "앞으로 어떤 건강음료가 나온다 하더라도 박카스만큼 장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