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심사를 또다시 미뤘다. 금융위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외환은행만 골병든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일 금융위 정례회의가 열리지만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건은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3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정확히는 론스타펀드Ⅳ)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다음 정례회의인 18일에도 이 안건이 상정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3월11일 대법원이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2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유 전 대표는 2003년 11월 외환은행과 외환카드가 합병할 당시 허위감자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외환은행 및 론스타펀드Ⅳ와 함께 기소됐다.

금융당국 일각에선 대법원의 판결로 론스타펀드Ⅳ도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론스타펀드Ⅳ가 유죄로 판결나면 은행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은행법 15조와 시행령 5조는 은행 대주주에 대해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계에선 그러나 법률 문제를 이유로 처리를 미루고 있는 금융위에 대해 '소신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론스타 건은 고법에서 다시 다뤄야 하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금융위가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보려면 3~5년은 걸릴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마이클 톰슨 론스타캐피털매니지먼트(론스타펀드Ⅳ의 대주주) 대표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려야 한다면 5년 이상 걸릴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결국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문제는 미룬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언젠가는 가부(可否)간 결론을 내야 하는 사안이라고 금융계는 보고있다. 금융위가 미적거리면서 외환은행이 타격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해 11월 하나금융이 인수계약을 맺은 이후부터 시위 등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공문을 보내 정상영업에 나서라고 촉구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론스타가 매분기 배당을 추진,외환은행이 벌어들이는 이익을 빨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은행 시가총액은 지난해 11월 말 8조원 수준에서 최근 6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나금융 역시 인수 결론이 늦어지면서 외환은행 인수를 전제로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줄소송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가 오는 24일까지 결론을 내지 않으면 론스타와 하나금융 어느쪽도 일방적으로 외환은행 지분매매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