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 이지아 사건이 터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당분간 사람들의 관심이 물가 쪽으로 쏠리진 않을 것 아닙니까. " 얼마 전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비밀결혼과 이혼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때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기자들과 만난 날 이들의 스캔들이 불거졌고,그 자리의 화제는 단연 유명 연예인들의 사생활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환율 등락 등과 같은 물가 동향에 대한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야당의 승리로 끝난 최근의 재 · 보선이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갑작스런 '대기업 때리기'를 다루는 기사도 많았지만,아무래도 대중들의 관심은 연예계 쪽에 더 쏠리는 분위기였다. 당시 기자들 역시 재정부 관계자의 말을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흘려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로부터 열흘 정도 지난 2일,지식경제부 기자실엔 '도시가스 요금 평균 4.8% 인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배포됐다. 사전에 어떤 예고도 없었다. 가스요금 인상은 국민 생활에 직결된 사안인 만큼 언론에 보도 시한을 요청한 뒤 미리 공지를 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었다. 국민들 입장에선 5월부터 가스요금이 인상된다는 사실을 해당 월이 시작되고서야 알게 된 셈이다. 적어도 4월 마지막 날에는 알 수 있도록 보도 일정을 잡았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았다.

정부가 도시가스 인상안 발표 시점을 지난 1일로 정한 것은 통계청의 4월 물가동향 발표에 맞춘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통계청은 도시가스 요금 인상안이 발표된 이날 오전 8시께 4월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2% 올랐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4월 물가상승률은 3월(4.7%)보다 낮아져 물가가 서서히 안정세로 접어들 것 같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정부가 도시가스 인상안을 이보다 먼저 발표했다면 언론의 보도 시각이 '물가,앞으로가 더 걱정'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물가 자체이지, 외부에 비쳐지는 물가동향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가 자꾸 여론의 눈치를 살피게 되면 이번 가스요금 발표처럼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

박신영 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