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만 5세 교육 · 보육비 지원 확대는 유아를 둔 부모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국가 재정 측면에서 보면 되짚어봐야 할 측면이 없지 않다. 정부가 매년 1조원 이상씩 세금을 투입하며 부모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만 5세 어린이 교육 · 보육비를 무상 지원한다는 것은 일종의 과잉 복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무상급식'논란으로 번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2016년 월 30만원 지원

만 5세 무상교육 혜택을 받게 될 어린이는 전국적으로 유치원생 24만5664명,어린이집 이용자 15만162명 등 39만5826명이다. 정부는 이들 어린이에게 지원하는 보육 · 교육비를 올해 1인당 월 17만원에서 2016년에는 월 30만원으로 점차 높여갈 방침이다.

이로 인해 필요한 재원은 매년 평균 1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유치원 교육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어린이집 보육비는 국고 · 지방비에서 절반씩 지원하는 이원화 구조로 돼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중앙정부가 걷는 내국세의 20.27%를 일률적으로 떼어 나눠준다. 정부는 유치원 교육비와 어린이집 보육비 모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낙관적 재정수입 시나리오도 문제

정부는 최근 경기 호조로 내국세 수입이 늘어나는 반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어 재원 충당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국세 수입이 늘어 여기에 연동하는 교육재정교부금도 매년 3조~3조5000억원씩 순증하고 있다"며 "만 5세 무상교육에 드는 재원으로 추산되는 연간 1조원 이상은 무리없이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세수 전망은 경기가 지금처럼 계속 좋을 것이란 가정에 따라 짠 것으로 만약 경기 상황이 달라지면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일각에선 교육 재원 배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만 5세 교육 · 보육비로 돌리면 정작 무상 의무교육이 필요한 초 · 중 · 고 교육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불만이다. 지금까지는 지자체 보육비 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5 대 5 매칭 방식으로 마련해왔는데,앞으로는 지방정부에 전액 배분하는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기로 한 만큼 지자체 입장에선 유리한 것이 없다.

◆저소득층 선택적 지원 필요성

정부는 지난달 말 중기재정운용계획을 짜면서 향후 5년간 초점을 '재정건전성 확보'에 맞추기로 했다. 당장 내년 예산 편성부터는 총지출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해 총수입 증가율보다 2~3%포인트 낮게 가져가기로 했다. 이를 통해 매년 적자를 보고 있는 재정수지를 이르면 2013년,늦어도 2014년에는 균형상태로 되돌려놓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하지만 불과 1주일도 안 돼 이 같은 원칙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선 4 · 27 재 · 보선이 끝나자마자 정부가 포퓰리즘 정책을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연구부장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교육 · 보육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과잉복지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정책의 효과 측면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게 선택적으로 무상교육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