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대주주와 임직원이 실질적 주인인 페이퍼컴퍼니(SPC) 120여개를 세워 4조5942억원 상당을 불법대출해주고 2조4533억원 규모의 회계분식을 한 혐의 등으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김양 부회장,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 대표이사 등 10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검찰은 이에 가담한 임원 및 공인회계사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그룹은 회사 차원에서 페이퍼컴퍼니 120곳을 설립해 각종 사업을 직접 운영했다.처음에는 임직원 지인들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페이퍼컴퍼니를 세우는 수법을 썼으나,2004년부터는 컨설팅 회사 및 공인회계사를 동원해 총 12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이들 페이퍼컴퍼니들의 실질적 소유주는 대부분 그룹 고위 임원 및 대주주들이었으며,검찰은 이들이 대주주 대출 한도를 피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120개 페이퍼컴퍼니 중 제대로 사업을 완료하거나 인허가를 받은 곳은 21개에 불과했으며,대부분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추가대출로 ‘연명’하는 상태였다고 검찰은 전했다.이들 페이퍼컴퍼니에 대출해준 금액은 부산저축은행그룹 전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 5조2000억원의 87.7%에 달하는 4조5942억원이었다.검찰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실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행사였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회계분식을 통해 BIS 비율을 높이는 수법으로 2조4533억원 상당을 분식회계했다.검찰에 따르면 그룹은 페이퍼컴퍼니에 신규대출을 해준 다음 금융자문수수료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돈을 받아 수익으로 돌려 분식회계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이를 바탕으로 2005~2010년 부산 및 부산2저축은행에서 6년간 640억원을 배당했으며 이중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 경영진은 배당금으로 329억원을 수령해갔다.대주주 경영진은 배당금뿐 아니라 연봉 및 상여금 합계 191억원을 받아가기도 했다.또한 허위 재무제표를 이용해 1000억원을 유상증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박연호 회장은 개인적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44억5000만원을 횡령하기도 했으며,영업정지가 우려되자 부인의 정기예금 1억7100여만원을 영업정지 전 해지해가기도 했다.또한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 임원진들은 영업정지 후 민사소송을 우려해 자신 명의의 재산에 근저당설정을 하거나 돈을 친척에게 은닉하는 등 심각한 ‘모럴 해저드’를 벌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