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중퇴한 일본인 이토 조이치 씨가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MIT의 미디어랩 소장을 맡아 화제다. MIT는 이토씨가 영향력 있는 사상가이자 인터넷의 국제적 발전을 이끈 투자자로서의 자격을 갖춰 미디어랩 소장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미디어랩은 디지털의 대부 네그로폰테가 세운 세계 최고의 디지털 융합기술 연구소다. MIT가 박사도 아니고 교수도 아닌 인물을 이 연구소의 리더로 모신 것이다. 노벨 화학상에 빛나는 다나카 고이치는 학부 출신이다.

세계의 대학들조차 더 이상 박사 자격증을 대접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오히려 창의력 있고 패기 있는 현장 전문가를 더 선호한다. 치열한 경쟁을 경쟁력의 기반으로 하지 않고서는 대학도 살아남을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은 아직도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한국은 최근 10년간 박사 학위 증가율이 7.1%로 세계 5위다. 지난해 배출된 박사만도 1만명이 넘는다.

박사를 따기 힘들다는 독일은 0%의 증가율이다. 깜짝 놀랄 일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박사들이 질적으로 수준 높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SCI(과학피인용지수) 에 등재된 논문은 세계 11위에 그친다. 인용 수준은 한참 밑으로 내려간다.

경제분야로 오면 더 그렇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미국서 수학공식 풀고 학위를 딴다. 언어가 약하기 때문에 수학 아니면 학위 받기가 어렵다. 세계의 톱 경제저널에서 한국인 경제학 박사들의 논문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제대로 된 실적을 내놓지는 못하면서 폴리페서나 프로젝트 장사꾼으로 쉽게 변신한다. 박사 학위를 전면에 내세운 교수들이지만 정치판에 가서는 정작 전공과는 아무 관련 없는 기획안을 내고 그 때마다 세상을 혼동스럽게 만든다. 최근 일련의 반시장적 반경제학적 정치기획안을 내놓은 사람들도 모두 경제학 박사들이다. 교수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과잉 대접을 받고 있다는 말은 그들을 방패막이로 전면에 내세우는 관료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학자 아닌 유세가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