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아시아적 가치, 중국의 覇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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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하드파워 내세운 패권 추구…주변국 불안만 키우는 것 아닌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적 가치'를 들고 나왔다. 하이난다오 BRICS(브라질 · 러시아 · 인도 · 중국 · 남아공) 정상회담 직후 열린 지난 15일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서다. 그는 "전 세계에 동일하고 고정불변인 발전모델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아시아 실정에 맞는 '포용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면서,"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동주공제(同舟共濟)로 아시아 일체화를 추구하고 공동안보를 촉진하자"고 주장했다. '일체화'와 '공동안보'의 함의(含意)가 간단치 않다.
한때 '아시아 네마리 용'(한국 · 홍콩 · 대만 · 싱가포르)의 고속성장을 설명하는 서방학자들의 논리가 아시아적 가치였다. 유교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인치(人治),개발독재가 압축성장의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잇따라 외환위기에 휩쓸리면서 그 가치는 오히려 위기를 불러온 요인으로 폄하됐다. 족벌 자본주의를 키우고 관료주의를 심화시킨 토양이었다는 비판과 함께 1990년대 후반 이후 잊혀졌다.
그 가치를 후진타오가 새삼스럽게 꺼낸 것이다. 경제발전 관점의 접근을 넘어 '하나의 아시아'라는 정치 · 안보적 논의가 화두다. 싱가포르의 리콴유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가 신봉하고 집착했던 것보다 외연(外延)이 훨씬 넓다. 결국 후진타오가 내세운 아시아적 가치는 중국의 패권주의에 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중국의 패권 추구는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몸을 낮춰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넘어 그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개입해 뜻대로 끌고 가겠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천명했다. 후진타오 스스로 중화민족주의자의 성향이 누구보다 강하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강성할 때 어김없이 주변국에 굴종을 강요해왔다.
지금 중국은 확실히 강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다. 군사력이든 경제력이든 미국말고 필적할 상대가 없다. 3조달러가 넘는 세계최대 외환보유국이고,앞으로 5년 후인 2016년 구매력을 기준한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베이징 컨센서스'를 지렛대로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을 새 기축통화로 삼자는 주장은 달러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자,이제 위안화도 기축통화가 될 만하지 않느냐는 위세의 과시다.
문제는 중국의 패권추구가 뭘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중국은 본질적으로나 능동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한 적이 없다. 시장의 핵심변수인 환율이나 금리는 항상 그들의 입맛대로 통제해왔고,'국가자본주의적 질서'라는 이름으로 세계경제의 시장제도에서 유리한 것만 골라 편승해온 결과가 지금 중국의 힘이다. 당연히 결함 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세계를 움직이는 원칙은 미국에서 나온다. 세계 안보질서를 좌우하는 군사력,기축통화인 달러가 힘의 원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보편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미국의 힘을 만든 무기는 세계 공통어인 영어일 것이고,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권 · 자유존중의 사상,시장경제 제도,휴머니즘 이념,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인류 삶의 형식을 바꿔 나가는 역량 등이 핵심 가치다. 조지프 나이 교수가 주장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다. 패권까지는 아니더라도 후진타오의 '동주공제'가 통하려면 적어도 주변국에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념과 가치가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 중국이 그것을 갖고 있는가.
여전히 중국은 일당독재의 공산당이 국가의 주체로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통제한다. 자신들의 국익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반(反)평화적 · 반(反)인권적인 글로벌 현안 또한 외면하기 일쑤다. 후진타오가 말하는 아시아적 가치에서 패도(覇道)의 어두운 그림자가 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건 아시아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ㆍ논설위원
한때 '아시아 네마리 용'(한국 · 홍콩 · 대만 · 싱가포르)의 고속성장을 설명하는 서방학자들의 논리가 아시아적 가치였다. 유교적 전통을 바탕으로 한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인치(人治),개발독재가 압축성장의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이 잇따라 외환위기에 휩쓸리면서 그 가치는 오히려 위기를 불러온 요인으로 폄하됐다. 족벌 자본주의를 키우고 관료주의를 심화시킨 토양이었다는 비판과 함께 1990년대 후반 이후 잊혀졌다.
그 가치를 후진타오가 새삼스럽게 꺼낸 것이다. 경제발전 관점의 접근을 넘어 '하나의 아시아'라는 정치 · 안보적 논의가 화두다. 싱가포르의 리콴유와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가 신봉하고 집착했던 것보다 외연(外延)이 훨씬 넓다. 결국 후진타오가 내세운 아시아적 가치는 중국의 패권주의에 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중국의 패권 추구는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몸을 낮춰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를 넘어 그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개입해 뜻대로 끌고 가겠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를 천명했다. 후진타오 스스로 중화민족주의자의 성향이 누구보다 강하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강성할 때 어김없이 주변국에 굴종을 강요해왔다.
지금 중국은 확실히 강하고 자신감에 넘쳐 있다. 군사력이든 경제력이든 미국말고 필적할 상대가 없다. 3조달러가 넘는 세계최대 외환보유국이고,앞으로 5년 후인 2016년 구매력을 기준한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베이징 컨센서스'를 지렛대로 국제통화기금 특별인출권(SDR)을 새 기축통화로 삼자는 주장은 달러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자,이제 위안화도 기축통화가 될 만하지 않느냐는 위세의 과시다.
문제는 중국의 패권추구가 뭘 의미하느냐는 것이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중국은 본질적으로나 능동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추구한 적이 없다. 시장의 핵심변수인 환율이나 금리는 항상 그들의 입맛대로 통제해왔고,'국가자본주의적 질서'라는 이름으로 세계경제의 시장제도에서 유리한 것만 골라 편승해온 결과가 지금 중국의 힘이다. 당연히 결함 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세계를 움직이는 원칙은 미국에서 나온다. 세계 안보질서를 좌우하는 군사력,기축통화인 달러가 힘의 원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보편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미국의 힘을 만든 무기는 세계 공통어인 영어일 것이고,미국식 민주주의와 인권 · 자유존중의 사상,시장경제 제도,휴머니즘 이념,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해 인류 삶의 형식을 바꿔 나가는 역량 등이 핵심 가치다. 조지프 나이 교수가 주장한 '소프트 파워(soft power)'다. 패권까지는 아니더라도 후진타오의 '동주공제'가 통하려면 적어도 주변국에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념과 가치가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 중국이 그것을 갖고 있는가.
여전히 중국은 일당독재의 공산당이 국가의 주체로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통제한다. 자신들의 국익과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반(反)평화적 · 반(反)인권적인 글로벌 현안 또한 외면하기 일쑤다. 후진타오가 말하는 아시아적 가치에서 패도(覇道)의 어두운 그림자가 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건 아시아 주변국들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ㆍ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