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데 반해 실리콘밸리의 오피스 시장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첨단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사업 확장을 꾀하는 과정에서 인력 채용과 함께 사무실 확보에 나서고 있어서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 휴렛팩커드(HP)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IT 업체들이 추가 사무실 임대 계약을 맺으면서 빈 사무실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HP와 모토로라는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있는 최첨단 사무실 빌딩인 모펫타워의 사무실 중 5만5200㎡를 쓰기로 계약을 맺었다. MS는 2만7600㎡를 임차하는 계약을 맺기 직전 단계다. 2008년 말 완공한 뒤 임대가 부진해 빈 사무실로 놔둬야 했던 개발업자 제이 폴 씨는 사무실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에 따라 내년 중 21만㎡ 규모 건물을 추가로 착공할 계획이다.

최근 수개월 새 실리콘밸리 오피스 시장 회복을 주도하는 기업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회사들이다. 구글은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인근에 4만6000㎡ 규모 사무실 임차 계약을 맺기 직전인 것으로 전해졌다. 웹검색 이외의 사업 확장에 무게를 두고 경영을 하고 있는 구글은 올해 중 6000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폴리컴과 소프트웨어 회사인 시놉시스,채용 등 비즈니스 관련 소셜네트워크 회사인 링크드인 등도 실리콘밸리에서 사무실을 물색 중이다.

부동산 중개회사인 존스랑라살레에 따르면 최근 몇 개월 새 실리콘밸리 사무실 임대 시장이 꿈틀대면서 올 들어서만 27만6000㎡ 규모의 임대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벤처 붐이 일던 199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위치가 좋은 건물일수록 임대가 늘어나 팔로알토 도심 지역 임대는 1년 전에 비해 25% 증가했고 공실률은 7%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지 부동산업계는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사무실 수요가 살아나고 있어 쾌재를 부르고 있다. 특히 주변 환경이 좋은 일부 지역 건물 가격은 부동산 붐이 일었을 때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알타비스타 검색엔진과 자바 프로그램언어 개발 산실인 팔로알토에 있는 한 사무실 건물은 최근 ㎡당 9800달러에 매각됐다. 워싱턴 시내 목이 좋은 건물의 시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무실 임대 시장이 뚜렷하게 회복되자 실리콘밸리의 일부 개발업자들은 그동안 방치해온 개발 계획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리콘밸리 오피스빌딩 소유 회사인 소브라토오거니제이션은 2008년부터 보류해온 2만8000㎡ 규모 건물을 착공하기로 결정했다.

벤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도 실리콘밸리 사무실 임대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 투자가 3년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창업 기업들이 입주 사무실 임대 계약을 맺으면서 마운틴뷰 도심에 있는 건물 중 100% 임대를 끝낸 곳도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실리콘밸리 전체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외곽지역 사무실의 수요는 매우 느리게 살아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