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위원회와 국토해양부는 지난 22일 전국 혁신도시로 이전이 예정된 157개 공공기관 부기관장들을 불렀다. 지역발전위가 157개 공공기관 관계자들을 모두 한자리에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독려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기왕에 갈 거면 지방의 신뢰를 얻고 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전 일정을 당겨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까지 이전을 마쳐야 하는데 이전 비용 마련이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미적미적하는 기관이 적지 않아 자리를 마련했다"며 "기관들로부터 어려운 점이 뭐가 있고,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상황을 점검했다"고 했다. 부기관장들은 애로 사항들을 쏟아냈다. 이전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팔아야 하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한결 같은 하소연이었다고 또 다른 참석자는 전했다.

김황식 국무총리와 홍철 지역발전위원장도 최근 공공기관의 조기 이전을 독려한 터다.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에 부쩍 힘을 쏟는 이유는 뭘까.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1월 '공공기관 지방 이전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지방균형 발전이라는 명목이었다. 157개 공공기관을 2012년까지 지방의 혁신도시와 세종시 등으로 옮기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추진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청사를 짓기 시작한 곳은 대한주택보증 등 17군데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기관은 아직 부지조차 매입하지 못했다.

때문에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의 기존 청사 매각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를 내놨다. 기존 청사를 매입할 수 있는 기관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정부가 이렇게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발등의 불'로 인식하며 긴급 대처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내년 총선과 대선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 정부가 지난 정부에서 약속한 공공기관 이전에 소극적이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역 민심은 악화돼 가고 있다"며 "이러다간 내년 선거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한 참모는 "공공기관도 지방 가기 싫어서 미적거렸고,관련 부처도 지방이전 작업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지역발전의 모멘텀으로 삼아 현 정부의 업적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