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가 발생한 지 채 3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위기가 어디서 발생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최근 신흥국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책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작년부터 신흥국들은 비교적 강도 있는 통화긴축을 펴왔고,이달 들어선 유럽까지 가세해 외형상으로는 줄어드는 듯한 분위기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이 최대 현안인 점을 감안하면 정책금리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은 상당 기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위기 과정에서 퇴장하고 단기부동화됐던 유동성이 시중에 방출되고 있어서다. 경제활력지표인 통화 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가 빠른 회복세다. 한때 3배 이내로 축소됐던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 금액)도 일부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의 경우 10배 내외로 높아졌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일본 대지진,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 등 선진국에서 잇달아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빠르게 신흥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 신흥국으로 유입된 글로벌 유동성은 약 1조달러에 달했다. 차기 금융위기에 대한 경고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이 런 이유에서다.

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시장 구성원과 금융상품,금융감독당국 등에서 발생하게 될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화제를 모았던 'JP모건 보고서'에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금융위기는 1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탐욕과 공포의 줄다리기에서 탐욕이 승리할 때 또 다른 버블이 형성되고,공포가 탐욕을 누를 때 시장은 위기를 맞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다음 금융위기는 반드시 온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민스키 모델'에서도 인간의 욕망이 도를 넘어 탐욕 수준으로 변질되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변하면서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돼 결국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는 논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1997년 10월 아시아 외환위기,2007년 10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 등과 같은 10년 주기설을 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다음 금융위기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 것이냐다. JP모건은 지금까지 금융위기의 시장별 발생 패턴을 종합해 볼 때 차기 금융위기는 신흥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흥국의 마지막 위기는 1990년대 후반 발생했던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로 10년이 넘으면서 신흥국은 공포의 기억이 잊혀져 가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범위를 좁혀 신흥국의 자산과 상품시장을 놓고 비교한다면 자산시장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가별로 거품 징후가 있긴 하지만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ER(주가수익비율) 등으로 볼 때 전체적인 신흥국의 부동산값과 주가는 적정 수준보다 밑돌고 있다. 제도적으로 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보완된 상태다.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 중인 금을 비롯한 각종 상품 가격이 더 위험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도 차가 있지만 상품시장에서는 가격 상승이 빠른 '슈퍼 스파이크',가격 상승 국면이 오래 지속되는 '슈퍼 사이클',모든 상품값이 오르는 '퍼펙트 스톰' 현상이 부분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거품 형성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특히 금값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월가에서는 오랜만에 '인디애나 존스 위기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부자가 될 일념으로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금을 발견하면 그 순간부터 마음이 돌변해 혼자 독차지할 탐욕을 꿈꾸다 정작 부자가 되지 못하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영화 줄거리에 빗댄 표현이다.

짧게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언제 인상되느냐가 금값뿐 아니라 차기 금융위기 발생 여부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회복되면 그 자체로 금값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금을 비롯한 상품시장에서 달러 캐리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오면 커다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스위트 스폿'으로 금투자를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재테크 관점에서 '글로벌 스위트 스폿'이란 최고의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후보처를 말한다. 금값은 금시장 자체 요인보다 달러화 가치,시장참여자 심리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인디애나 존스 위기설'의 교훈대로 금값이 치솟는다 해도 투자 시는 위험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한상춘 <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