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P&P가 펄프 · 제지(종이)를 동시에 생산하는 울산 일관화공장을 내달부터 본격 가동한다. 하루 생산량은 펄프 1250t,제지 1400t이다. 울산공장 준공으로 무림의 연간 제지 생산량은 120만t에 달할 전망이다. 제지업계 1위인 한솔제지(연산 130만t)의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 셈이다. 제지업계가 한솔 · 무림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치열한 선두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펄프와 종이를 한곳에서

김인중 무림P&P 대표는 지난 22일 "3월2일 국내 최초로 일관화 종이 생산에 성공한 뒤 2개월의 시험가동을 거쳐 다음달부터 양산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울산공장은 무림이 2008년 인수한 동해펄프에 50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일관화공장이다. 김 대표는 "기존 펄프공장 옆에 제지공장을 건설했다"며 "펄프공장에서 생산한 생(生)펄프를 이송관을 통해 제지공장으로 옮겨 곧바로 종이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공장에서 만드는 종이의 폭은 8.7m로,이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컸던 5.3m보다도 4m 이상 넓다. 울산공장은 폭 98m,길이 627m로 길쭉하게 건립됐고 생산 설비를 일렬로 배치했다. 공장의 좌우 끝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이색적이다. 공장의 한쪽 끝에서 흰죽 같은 펄프가 들어가고 반대쪽 끝에서 반들반들한 종이가 뽑혀 나오기까지 불과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김종정 생산기획팀장은 "종이 생산공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一)자로 쭉 뻗어 있는 제지 공장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일관화 설비는 기존 건조 펄프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15% 정도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제지업계 구조조정 가속화

다음달 양산에 들어가는 무림P&P 울산공장은 생산 규모가 연 50만t에 이른다. 무림페이퍼(60만t) 무림SP(8만~10만t)와 합치면 무림의 인쇄용지 생산 규모는 연산 120만t으로 늘어난다. 제지업계는 무림이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외환위기 이후 진행돼 온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빅6'(한솔 무림 한국 신호 홍원 계성) 가운데 신호제지는 2009년 한솔제지에 인수됐고 계성제지는 청산,홍원제지는 워크아웃 중이다. 현재 국내 인쇄용지 업계 생산량은 한솔제지 130만t,무림그룹 120만t,한국제지 53만t 순이다. 무림이 울산 일관화공장을 본격 가동하면서 업계 구도는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 수준의 원가경쟁력을 보유한 무림P&P의 신규 설비는 내수 판매가격 하락과 공급 과잉 심화 등을 유발해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중국이 대규모 자금을 들여 일관화공장 건설에 착수한 만큼 내수만을 바라본 투자라기보다 국내 인쇄용지 산업의 경쟁력과 세계시장을 겨냥한 장기적인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관화공장에서 생산하는 제지는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이 뛰어나다"며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국내시장 파급효과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