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심야시간 온라인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게임업계, 정부 부처 간 갈등을 모두 봉합하지 못한 채 법사위를 통과했다.

게임업계는 강도높은 온라인게임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게임 중독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자구책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정부 부처도 게임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시행령 마련을 통해 반대 여론을 설득하고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게임업계, 자구책 마련해야 =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셧다운제 통과를 바라보는 업계의 표정은 한마디로 '울상'이다.

경제적 손실과 함께 유해산업의 주인공이 됐다는 정서적 충격까지 더해졌다는 것이 대부분 게임사들의 반응이다.

이번 셧다운제는 만16세 미만의 청소년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오랜 시간 플레이를 요구하며 게임중독의 주원인으로 지목돼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대부분 15세이상 이용 등급인데다 심야시간 외 게임 이용 시간이 늘어나 게임시간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셧다운제 시행을 위한 인증시스템 구축 비용, 유해매체물 인식으로 인한 해외 경쟁력 악화, 스마트폰 게임을 비롯한 신규시장 차단 등의 크고 작은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바일게임은 셧다운제 시행이 2년간 유예되긴 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만큼 애플과 구글은 여전히 국내 게임 유통을 제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에 자연스럽게 정착되면서 게임업계가 감당해야 하는 정서적·사회적 비용은 더욱 근본적인 문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규제 논란이 격화됐던 최근 몇년 사이 죄인이 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다"라며 "셧다운제가 결국 통과된 만큼 업계에서도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반대여론 설득해야 =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과잉규제, 실효성 등의 이유로 셧다운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만큼 규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행령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애초 의도대로 셧다운제를 통해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심야시간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게임시간 총량을 줄이고 게임에 대한 유혹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셧다운제와 같은 단편적, 저비용 정책으로는 이중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녀들의 아이템 결제를 통제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디를 쓰도록 하는 부모들이 여전히 많은 데다 대부분의 인증 시스템은 여전히 아이디 도용 등에 취약한 실정이다.

셧다운제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청소년들의 심야접속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해도 과연 게임 시간 총량을 줄일 수 있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2010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시간에 게임을 이용하는 만16세 미만 청소년의 비율은 3.78%에 불과했다.

소수를 계도하기 위해 일괄적인 강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논란 속에서 강행된 만큼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있다"라며 "올바른 정책을 위해서 업계, 전문가 등과 구체적인 논의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