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제프리 무타이가 19일(한국시간) 보스턴마라톤에서 2시간3분2초로 결승선에 들어와 세계기록을 1분 가까이 단축하며 우승했다. 하지만 보스턴마라톤의 레이스 운영 방식과 코스의 경사도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기준에 맞지 않아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IAAF는 출발선과 결승선이 같은 순환코스에서 나온 기록만 세계기록으로 인정한다. IAAF는 마라톤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 직선거리가 풀코스(42.195㎞)의 절반인 21㎞ 이상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스턴마라톤은 한 지점에서 출발해 42.195㎞를 쭉 달려 다른 지점에 골인하는 편도 코스이기 때문에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됐다.

IAAF는 출발선에서 결승선 사이의 경사도가 ㎞당 1m를 넘지 않도록 정해 풀코스를 뛴다면 42m 이내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코스는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 고도차가 143m로 나타났다. 이런 내리막 코스를 뒷바람을 받고 달렸기 때문에 기록이 크게 단축됐을 것이란 게 IAAF의 판단이다. 이날 보스턴에는 초속 6~8m의 강풍이 불었다.

비록 세계기록을 공인받지는 못했지만 무타이는 보스턴마라톤 우승상금 15만달러를 받게 됐다. 비공인 세계기록 및 대회 신기록 수립에 따른 포상금 7만5000달러도 받는다. 그는 "세계기록을 세우러 보스턴에 온 것은 아니지만 좋은 기록을 내고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3년 전 베를린마라톤에서 작성한 세계기록(2시간3분59초)을 57초나 앞당기며 2시간2분대를 깰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키웠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