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51)는 요즘도 주식이야기만 나오면 아내한테 꼼짝 못한다. 아내 몰래 주식을 팔았다가 낭패를 본 경험 때문이다. 사연은 이랬다.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12월 아내가 곗돈 2000만원을 탔다. 뭘할까 하다가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당시 주가는 7만2400원.주가가 야금야금 오르자 김씨는 참지 못했다. 이듬해인 1999년 3월 아내 몰래 주식을 팔았다. 매도가는 9만4500원.3개월여 만에 30.5%의 수익을 올렸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한참 뜬다는 코스닥에 투자했다가 원금마저 날리고 말았다. 2년 후에 목돈이 필요했던 아내가 그 사실을 알았고,김씨는 이혼위기에 몰렸다.

1998년 말 이후 지난 18일까지 코스피지수는 280.1% 올랐다. 부동산이나 은행예금 수익률을 훨씬 앞선다. 문제는 장기투자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12년 전에 샀다면…

국내 대표주식인 삼성전자의 지난 18일 종가는 86만7000원이다. 1998년 말(7만9000원 · 수정주가 기준)에 비해 997%나 올랐다. 만일 김씨가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까지 갖고 있었다면 2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1998년 말 당시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높은 수익률을 냈다. 에쓰오일은 1만1000원대(수정주가 기준)에서 14만8000원으로 12배 뛰었다. 현대차와 SK 등도 10배 안팎 올랐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1999년부터 세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한 현대증권은 1998년 말 주가보다 20% 넘게 떨어졌다.

이들을 포함한 1998년 말 시가총액 상위 15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419.6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80.1%)보다 139.55%포인트 높다. 1억원을 15개 종목에 똑같이 나눠 투자했다면 평가액은 5억1965만원으로 불어난다. 피델리티가 현재 한국의 기대여명을 감안할 때 부부의 은퇴 필요자금으로 산정한 5억1000만원을 충당할 만한 수준이다.

◆주식형펀드 수익률도 코스피지수 앞서

주식형펀드도 개별 주식 못지않은 수익률을 냈다. 외환위기 이전에 만들어진 순자산 100억원 이상 펀드는 '하나UBS대한민국1호C1' 펀드가 유일하다. 이 펀드는 국내 최초 주식형펀드로 한국기네스북에도 등재돼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998년 말 이 펀드에 가입했다면 494.91%(18일 기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물론 시총 상위 20개에 분산 투자한 수익률도 앞선다. 매달 말 적립식으로 일정액을 꼬박꼬박 넣어도 194.60%의 수익을 냈다. 복리를 감안한 은행 정기적금 수익률(86.70%)보다 2배 이상 높다.
1999년부터는 국내 주식형펀드가 줄줄이 나왔다. 1999년 1월11일 만들어진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5'는 설정일 이후 수익률이 731.65%에 달한다. 오는 7월이면 만 10년을 맞는 '미래에셋디스커버리'도 975.79%로 최고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수익률 1000% 돌파도 머지않았다. 2001년 이전에 만들어진 20개 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낮은 '푸르덴셜나폴레옹주식2-11'조차 209.71%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하지만 설정 초기에 가입해 이들 펀드를 여전히 들고 있는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관계자는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5'에 설정 첫해 가입해 1000만원 이상 잔액을 보유한 투자자는 10명도 안 된다"고 해석했다.

김영익 창의투자자문 대표는 "거액 자산가 중에는 1998년에 산 삼성전자 주식을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며 "주식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사람은 이들의 투자패턴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