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형사법개정특위 살인죄 개정시안 마련
`출생에 따른 차별' 등 헌법상 평등권 고려

부모나 장인·장모 등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하면 통상의 살인죄보다 무겁게 처벌하는 `존속살해죄' 조항을 형법에서 삭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9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 형사법개정특위(위원장 이재상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어 형법 `살인의 죄' 장(章)에 존속살해 조항을 없애기로 의결하고 개정시안을 마련했다.

특위는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해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11조의 평등권 조항을 고려할 때 존속살해죄는 `출생에 따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폐지하자는 의견을 결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효를 바탕으로 하는 전통 사상에 역행하거나 패륜 범죄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 예방 효과 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소수의 위원은 존속살해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개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는 존속살해죄를 삭제하는 대신 유기징역 상한을 높인 개정 형법이 지난해 10월 시행돼 살인죄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30년 이하(경합범 가중 때는 5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되므로 구체적인 양형은 재판 단계에서 적절히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는 같은 이유에서 존속상해죄, 존속폭행죄도 모두 폐지하고 일반 상해, 폭행 조항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특위의 한 위원은 "헌법상 평등권과 외국 입법례 등을 고려해 개정시안을 마련했다"며 "소위 단계에서나 전체회의에서 절대다수의 위원이 존속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특위는 또 분만 중이거나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했을 때 일반 살인보다 가볍게 처벌하는 영아살해죄는 영아를 낳은 산모에게만 적용하도록 개정시안을 마련했다.

현행 형법은 영아살해죄의 주체를 한정하지 않아 산모뿐 아니라 남편에게도 적용됐으나, 본래 영아살해를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출산 직후 불안한 산모의 정신적 상황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반영했다.

또 위계 또는 위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촉탁이나 승낙을 이끌어 낸 뒤 살해하거나 자살하게 했을 때 적용하는 `위계 등에 의한 촉탁살인죄'는 살인죄의 한 유형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삭제하기로 했다.

법학자와 법조계 인사 24명으로 구성된 형사법개정특위는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로, 제정 이후 50년이 지난 형법을 시대 흐름에 맞게 개정하고자 2007년 출범했다.

법무부는 특위에서 만든 개정시안을 토대로 작량감경 제한, 신개념 보호처분, 세계주의 신설 등을 담은 형법총칙 개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으며, 살인죄 등 각칙도 특위 개정시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어 이르면 올해 하반기 국회에 낼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존속살해죄 폐지를 형사법개정특위에서 논의한 것은 맞지만 특위의 개정시안은 논의과정에서 수정될 수 있다"며 "개정시안이 확정되면 공청회와 관계부처 의견조회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종합한 뒤 최종적으로 법무부의 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