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교통상부와 관련된 좋지 않은 기사가 많던데 억울해 하지 마라.국민과 논쟁하려 하지도 마라.기업 세계에선 고객이 짜다면 짠 것이다. 고객의 입맛에 맞추든지,고객의 입맛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 "

15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17층 상황실.정부 부처 안에서도 '엘리트주의'가 강하기로 유명한 외교부 직원들의 시선이 한 민간기업 사장의 입에 쏠렸다. 주인공은 '홍보달인'으로 통하는 권오용 SK그룹 PR어드바이저 사장(사진).권 사장은 외교부의 가장 아픈 부분을 파고드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에서 성공한 배경에는 300쪽짜리 소설을 1년 반에 걸쳐 치밀하게 번역한 김지영 씨의 힘이 있었다"며 "그런데 1000쪽에 달하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문을 두 달 만에 번역한 것은 단어 하나하나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번역 오류는 '언어'의 중요성을 놓친 것이라는 얘기다. 권 사장은 "남산터널을 이용해 시내에서 빠져나가면 교통혼잡을 덜어주는 건데도 '혼잡통행료'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걷는다"며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언어를 쓰면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대국민 자세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그는 "외교부가 자꾸 억울하다고 하는데 기업에선 고객이 지적하면 그 자체가 진리다. 고객(국민) 입맛도 맞추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SK가 중국에서 10년간 '장학퀴즈'를 통한 사회기여 활동으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 3위에 오른 사례를 소개하며 "세일즈,비즈니스 외교로는 단기간에 돈을 벌 순 있어도 한국에 대한 깊은 인상을 심어주진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현 상황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창조하면서 진화 발전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며 "부 차원의 공식적인 홍보는 물론 직원 개개인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외교부의 업무나 입장에 대한 정확하고 빠른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야말로 한국에 대한 고객(세계)의 이미지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권 사장은 "다행히 우리에게는 한복,한글,한옥과 같은 뛰어난 문화유산이 있다"며 "해외공관을 한옥으로 짓거나 대통령이 의전용 의상으로 한복을 입는 것은 쉽지만 분명한 문화홍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문화의 토양 위에서 품격 높은 문화외교를 펼치면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지난해 장관 딸 특채파동에 이어 상하이 스캔들,FTA 번역 오류 등의 악재가 끊이지 않는 외교부가 소통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남윤선/사진=김영우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