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저축은행 담당 라인의 요즘 업무는 20,21일로 일정이 잡혀 있는 저축은행 부실 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준비에 집중돼 있다. 금융위에선 사무관에서 위원장까지,금감원에선 선임조사역에서 원장까지 온통 신경이 청문회에 쏠려 있다.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 등의 여신 회수로 촉발된 삼부토건 법정관리 신청 등 돌발적인 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 고객정보 유출과 농협의 전산망 마비 등과 같은 초대형 사건에 대해서도 '늑장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요즘 현직 금융당국 수장들의 청문회 답변 자료를 준비하느라 밤 12시가 다 돼서야 사무실을 나서기 일쑤다. 국회가 채택한 증인 34명 가운데 김석동 금융위원장,권혁세 금감원장 등 현직 수장들은 물론 바로 전임자인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김종창 전 금감원장이 포함돼 있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회 정무위원들의 자료 요청에도 응해야 하는 데다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전직 고위직 선배들을 나몰라라 할 수가 없다"며 "청문회 준비를 위한 회의가 끝없이 이어지고,수많은 자료를 찾아야 하는 등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정무위 소속 의원 측과 조율이 필요한 내용도 적지 않다. 여당은 "저축은행 부실을 가져온 정책적인 문제는 대부분 지난 정부들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인 만큼 이를 감안한 답변 논리 개발과 근거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5일에도 금융당국 고위직들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하루를 보냈다. 사무실에 남은 직원들도 인터넷과 TV로 정무위 회의를 하루 종일 지켜봤다. 한 직원은 "의원들이 저축은행에 대해 묻는 내용을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며 "예상치 못한 질문 내용이 나오면 주말에도 출근해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