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형 비리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윤갑근 3차장 검사와 출입기자들이 13일 가진 간담회 때였다. "어떤 수사가 훌륭한 수사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윤 차장검사와 기자들 간 대화가 오갔다. 윤 차장검사는 "누구를 잡아들이냐가 문제가 아니라,수사로 인한 긍정적 측면이 중요하다"며 "돈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그런 게 사건이 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금융조세조사2부가 그런 수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윤 차장검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 금조2부가 요즘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사건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 의혹건이다. 지난달 증권사 10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손모씨 등 스캘퍼 4명과 H증권 직원 백모씨를 체포했고,14일에는 기존 증권사 10곳 가운데 4곳을 재차 압수수색했다. 검찰 조사 결과 스캘퍼들은 H증권 등 증권회사 출신이었다. 손씨는 H증권이 홈트레이딩 시스템의 ELW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당시 전산 실무자로 참여했다가 ELW에서 '돈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했다. 다른 3명의 직원과 모의해 1년가량 시차를 두고 퇴사한 뒤 '투자 그룹'을 형성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백씨에게 돈을 건네고 증권사 지점 사무실에서 전용회선을 제공받아 일반 투자자들보다 극히 짧은 시간차로 매매주문을 냈다. 속도전에서 앞선 이들은 100%의 승률을 기록했다. 10억원가량의 종잣돈으로 5년 동안 300억여원을 벌어들이는 '신화'를 만들어냈다. 조문환 의원(한나라당)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1조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아도사키'(화투 3장으로 끝자릿수가 높은 쪽이 승자가 되는 단순 도박)에 빗댄다. 구조적으로 불공정한 ELW 장에서 스캘퍼들이 사실상 개미들의 주머니를 털었다는 얘기다. 윤 차장검사는 "ELW 수사가 얼마나 진척됐는가"라는 질문에 반농담으로 '1%'라고 답했다. 스캘퍼 한두 명 잡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ELW 구조 전반의 비리를 파헤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금융파생상품 시장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ELW 마늘밭'에서 검찰이 얼마나 많은 부당이익금을 캐낼지 주목된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