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인사의 2세들이 최근 각 분야에서 주요 자리를 꿰차고 권력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세습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북한판 '태자당(太子黨 · 공산당 원로들 자제)'이라 할 수 있다.

13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승승장구하는 2세 중 대표주자는 혁명 1세대의 간판격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 오일정 당 군사부장(57)이다. 지난해 9 · 28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군사부장에 임명된 뒤 단숨에 당 중앙위원에 올랐으며 우리의 중장격인 상장으로 승진했다.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과 남산학교 및 김일성종합대학 동기동창이다. 전문가들은 "오일정은 김정은 후계에 대한 지지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일빨치산 출신인 오백용 전 당 군사부장의 두 아들도 군부에서 활약 중이다. 공군사령관 출신의 장남 오금철(64)은 지난해 당대표자회에서 당 중앙위원이 돼 향후 주요 보직에 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금철의 동생인 오철산은 해군사령부에서 정치위원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올랐다.

경제 분야에서도 2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중앙은행 총재로 지난달 임명된 백룡천(49)은 백남순 전 외무상의 셋째아들이다. 백 전 외무상은 1999년부터 2007년 사망시까지 북한 외교의 '얼굴마담'이었다. 백 총재는 지난해 당대표자회에서는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려 정치적 위상도 함께 올라갔다.

서동명 대외보험총국장도 유명인사의 2세다. 그는 항일빨치산 원로로 당 비서와 검열위원장을 지낸 서철의 장남이다. 2008년 유럽 재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승소,3920만유로(700억원)를 받아내 화제가 됐다. 이 공로로 그는 2009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됐고 9 · 28 당대표자회에서는 정치국 후보위원에 올랐다. 대외보험총국은 북한의 대외 보험업무를 맡는 독점기관이다.

외교가에선 이용호 부상(57)이 주목받는다. 김정일의 최측근으로 수십년간 우리의 비서실격인 서기실 실장을 지내고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역임했던 이명제의 아들이다. 이 부상은 주영국 북한대사를 지낸 뒤 지난해 외무성 부상에 임명됐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