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초과수업료.기성회비.간접경비 불합리" 주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부생 4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징벌적 등록금 제도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대학원생들에게 부과하는 연차초과 수업료, 기성회비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KAIST에 따르면 KAIST는 대학원생에도 학부의 징벌적 등록금과 같은 성격의 '연차초과자' 제도를 마련, 석사의 경우 5학기부터, 박사의 경우 9학기부터 일종의 페널티로 수업료를 부과하고 있다.

초과 연차에 따라 1년까지는 학기당 수업료가 200만원 선이지만 2년차에는 400만원으로 훌쩍 뛰며, 재학 연한에 해당하는 석사 4년, 박사 6년 이상인 재학생은 학교를 나가야 한다.

KAIST는 고학력 실업난 속에서 정규학기를 초과해 학교에 남아있는 연차초과 대학원생들이 급증해 학교 수용한계를 넘고 있고, 재학생들이 각종 교육비 지원 혜택을 받고 있는 데도 국가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인식은 낮다는 판단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 맹수연(25.여)씨는 "한 랩(연구실)당 20여명 중에 연차 초과자가 6명에 이르는 곳도 있는데 장학금 지원도 끊기고 기숙사도 들어갈 수 없어 선.후배들이 부담을 많이 느낀다"면서 "학교에서는 가능한 한 빨리 졸업하라고 재촉하니까 아르바이트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박사들과 함께 연구하는 교수들이 오히려 더 있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어서 연차초과 수업료를 대신 내주기도 한다"면서 "어떻게 보면 연구생들이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교에 일정한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자학과 박사과정 이모(28)씨도 "서남표 총장이 취임하기 전부터 연차초과 수업료를 내긴 했지만 취임 뒤로 그 액수가 대폭 늘었고 박사 제한 연차도 8년에서 6년으로 줄었다"면서 "연차초과 수업료 때문에 주변 동기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마다 논문을 쓰는데 더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고..서울대나 포항공대 등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 학교가 과제나 시험 양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석사는 대부분 조교 수당을 받지만 박사의 경우 한 랩(연구실)당 1명 밖에 못받는 등 정부 지원도 줄어들어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원생들에게 부과하는 기성회비와 연구비에서 떼는 높은 간접경비 비율 등도 논란의 대상이다.

KAIST는 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대학원생들에게 일종의 수업료인 '기성회비'를 부과하고 있다.

기성회비는 설립자(국가)의 지원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학교 운영 경비나 교육시설의 확충, 장학금 확대 등 학교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 수혜자인 학생들이 부담하는 비용으로, 학부생들에게는 한 학기당 150만원 안팎의 기성회비를 내도록 했으나 대학원생들에게 부과한 것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앞서 2009년부터는 소속 교수들이 수주하는 연구과제의 연구비 가운데 대학측이 '간접경비(O/H)'로 떼어가는 몫을 정부과제는 현행 18%에서 25%로, 산업체 과제는 최대 25%에서 30%로 각각 올렸다.

간접경비(Overhead)란 연구에 필요한 직접 경비 외에 난방, 급수, 전기, 건물유지 보수, 도서관 사용 등 대학측이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KAIST 관계자는 "KAIST 대학원생들의 경우 국가 장학금이나 기업 프로젝트 장학금 등을 받아 전액 무료로 공부하다보니 원생들 사이에 '공짜 대학'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없지 않아 사회에 적극 진출해 기여하라는 취지에서 기성회비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연구비에서 공제한 간접경비가 실제로 집행된 간접경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대학의 기본 재원을 잠식하고 있어 공제비율을 높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교수협의회는 공개서한을 통해 "현재도 간접경비 비율이 국내 타 대학이나 미국의 주립대학 등과 비교했을 때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며 "간접경비 공제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연구자들이 연구에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이 크게 감소해 학교 전체의 연구경쟁력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 대학원생은 "기성회비의 경우 학과당 적게는 99만8천원에서 많게는 150만원에 이른다"면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지도 모른 채 납부해야 해 학생들의 불만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공짜로 학교를 다닌다고 외부에서는 알고 있지만 인건비 지원제도도 바뀌어서 조교 수당(박사 45만원, 석사 22만5천원)이 지급되는 학과도 있는 반면 예를 들어 문화관광부 소속으로 정부 지원이 달라 받지 못하는 학과도 있다"면서 "연구비의 간접비도 너무 많이 오른데다 대학원생들이 받을 수 있는 연구비 상한선이 석사 70만원, 박사 100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프로젝트를 많이 해도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재중동포라고 밝힌 이 학교 석사과정 김모(25)씨는 "서남표 총장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학부생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를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MIT를 따라잡겠다며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우리 학교 학생들이 미국인이 아닌만큼 시스템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줄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역설했다.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9시 대강당에서 비상학생전체총회를 열고 연차초과자 수업료, 기성회비, 최저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인건비 구조 등 학사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