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총장이 발전 포기하냐며 화까지 냈다"
학생들 "갑자기 철회해 사태악화..어이 없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학생 4명의 잇단 자살로 논란이 된 학사제도에 대해 개선안을 공표했다가 5시간만에 백지화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KAIST는 13일 0시께 "전날 공표된 학사운영 등 개선안은 임의로 작성된 자료일 뿐 공식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12일 오후 7시께 학내 포털 사이트를 통해 개선안을 발표한 지 불과 5시간만이다.

이는 서남표 총장이 개선안에 대해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가 뒤늦게 내용을 전달받고 이견을 보였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학교측이 발표했던 개선안은 징벌적 수업료 제도의 대폭 조정을 포함해 영어 강의를 전공과목에 대해서만 실시하고 학부과정 학업부담을 20% 가량 낮추는 한편 평점 2.0 미만의 학생들에 대한 학사경고도 입학 후 두 학기 동안은 면제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교무처장과 학생처장 등이 학생들과 만나 학사제도 개선안을 논의하며 도출된 것일 뿐 총장 승인을 거쳐 공식적으로 정리된 것이 아니었다 게 KAIST 측의 설명이다.

특히 서 총장은 공표된 개선안 내용 중 교양과목 전체를 우리말로 강의하겠다는 부분과 학부과정 학업부담 경감폭, 학사경고 면제 등에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희경 기획처장은 "일부 교양과목의 경우 영어로 강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는데 모든 교양과목을 우리 말로 강의하겠다는 것에 총장이 반대입장을 보였다"며 "학업부담 경감도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20%라는 폭이 너무 크고 학사경고 면제 역시 어느 대학에도 없는 제도라는 의견을 총장이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박 처장은 "공표된 개선안을 보고 총장이 'KAIST의 발전을 포기하려는 것이냐'며 화를 내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공표됐던 개선안은 포털에서도 삭제됐다.

이 같은 갈지자 행보에 대해 한 학생은 "개선안을 보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너무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일부 있었지만 갑자기 철회해 어이가 없었다"며 "전체적인 틀을 보지 못한 채 사태 수습에만 매달리다 오히려 작은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