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수급 악화로 인해 이틀째 하락, 2090선 아래로 밀려났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팔자'에 나섰고, 프로그램 매물이 지수 발목을 붙잡았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2.99포인트(1.55%) 내린 2089.40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가 2090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달 29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약세로 장을 출발한 후 외국인과 기관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2100선 아래로 밀려났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낙폭을 줄여 2100선을 회복하는 듯 했으나 이후 프로그램 매도 규모 확대 등으로 끝내 2090선 아래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이 20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운수장비, 화학, 전기전자 등을 중심으로 227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날 기관은 1486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개인은 599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틀째 출회된 프로그램 매물도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선·현물가격 차인 베이시스의 콘탱고 경향이 약화되면서 5000억원대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다. 차익거래는 2396억원, 비차익거래의 경우 2819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 전체 프로그램은 5215억원 순매도로 장을 마감했다.

업종별로 종이목재를 뺀 모든 업종이 하락했다. 중소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 우려가 불거지면서 건설업종이 3% 넘게 급락했다. 외국인이 매물을 내놓은 운수장비와 화학이 2%대 밀렸고 지수 하락으로 증권업종도 1%대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대체로 하락, 포스코를 제외한 시총 상위 1∼10위 전 종목이 약세를 보였다.

금호그룹 관련주들이 동반 하락했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이 금호석유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금호석유가 4% 넘게 떨어졌고,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이 2∼3%대 밀렸다.

동양건설·삼부토건의 워크아웃 신청설 조회공시와 함께 중소형 건설주들이 급락했다. 동양건설과 삼부토건이 가격제한폭까지 밀렸고 경남기업, 중앙건설, 대림산업 등이 4∼10% 떨어졌다.

반면 중소형 철강주들은 강세를 탔다. 가격제한폭까지 뛴 휴스틸을 비롯해 세아제강과 현대비앤지스틸이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과 기관이 그동안 많이 오른 주도업종인 운수장비 화학 등을 동반 매도한 것에 비춰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면서 시장 전반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지만 옵션만기는 추세적 요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정을 매수 기회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하한가 2개를 비롯해 616개 종목이 하락했다. 상한가 6개 등 상승 종목은 212개에 불과했고, 62개 종목은 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