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둥지인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명예회복을 벼르는 이승엽(35)이 개막전부터 '왼손 투수 공략'이라는 난제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오릭스와 소프트뱅크와의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 개막전이 열린 12일 오후 오사카 교세라돔.

최근 3년간 센트럴리그 요미우리에서 백업 요원으로 밀리는 수모를 겪은 이승엽은 오랜만에 1루수 글러브를 끼고 선발 출장했다.

지난겨울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땀방울을 흘린 이승엽은 무엇보다 요미우리에서 약점으로 지적된 왼손 투수 대응 해법을 찾으려고 골몰했다.

일반적으로 왼손 타자는 자주 상대하지 않는 왼손 투수에 약점을 보이게 마련인데 이승엽은 특히 최근에는 왼손 투수와 대결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2010시즌 내내 오른손 타자 전문 대타로 뛰었다.

이승엽도 지난해 오릭스로 옮긴 직후 "올해는 왼손 투수를 구경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좌투수 공을 잡아당기면 안타를 때릴 수 없다. 그냥 미는 게 아니라 밀어서 때리는 훈련으로 왼손 투수와 경쟁에서 이기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승엽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하체를 무너뜨리지 않은 채 밀어치는 타격에 주력했고 이날 경기에 앞서서도 왼손 배팅볼 투수의 공을 의도적으로 좌익수 쪽으로 밀어치면서 타격 감각을 조율했다.

이날 소프트뱅크의 선발 투수는 와다 쓰요시. 지난해 리그 공동 다승왕(17승)에 오르며 최우수 선수까지 거머쥔 리그 최고 왼손 투수였다.

지바 롯데 시절부터 수차례 상대한 와다를 무너뜨린다면 훨씬 수월하게 새 둥지에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승엽은 와다의 공에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2회 2사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랐지만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3구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물러났다.

7회에도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삼진될 때의 내용이 좋지 않았다.

5회 때는 요미우리 시절부터 숱하게 약점으로 지적된 몸쪽 변화구에 걸려들었고, 7회에는 몸쪽 슬라이더를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 선 채로 삼진이 됐다.

특히 7회는 0-2로 뒤진 상태에서 맞은 2사 2루의 득점 찬스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배가 됐다.

이날 이승엽의 '잔혹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연장 10회 바뀐 왼손 투수 모리후쿠 마사히코에게 다시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2-1에서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헛돌았다.

보기 드문 왼손 잠수함 투수의 공이라 공략에 애를 먹었던 것이다.

결국 이승엽은 이날 5차례 타석에 들어서서 볼넷 2개만 골랐을 뿐 3연타석 삼진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승엽이 3연타석 삼진을 당한 것은 2010년 5월30일 세이부와의 경기 이후 처음이다.

이승엽은 소프트뱅크와의 3연전에서 와다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는 왼손 스기우치 도시야와 또 맞붙어야 한다.

새로운 팀에서 재기에 나선 이승엽이 어떻게 왼손 투수 공략법을 찾아나갈지 주목된다.

(오사카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