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에서 청목회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강기정 민주당 의원이 후원금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위를 차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1일 공개한 '2010년도 정당 · 후원회 등의 수입 · 지출 내역'에 따르면 강 의원은 3억2487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해 1위에 올랐다. 강 의원이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금한 데는 지역의 동정여론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강 의원이 청목회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강 의원에 대한 자발적 후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청목회 사건의 덕을 봤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청목회 수사의 후폭풍으로 후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0년 후원금 총액은 477억4636만원으로 2009년 411억6719만원에 비해 16.0% 증가했지만,지난해엔 지방선거가 있어 1인당 한도액이 3억원(비례대표 제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년작'에 그쳤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후원금 모금총액은 총선거가 있어 1인당 모금 한도액이 3억원이었던 2008년의 634억429만원에 비해 156억5793만원이 줄었다. 청목회 수사로 인해 소액후원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의원 1명당 평균 모금액은 1억5654만원(지역구 1억7353만원,비례대표 7755만원)으로 파악됐다.

개인별 모금액을 살펴보면 박 전 대표가 3억2031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500만원),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500만원),신영균 한나라당 고문(500만원) 등 친박계 원로인사들이 고액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한나라당의 주호영(3억1117만원),서상기(3억897만원),주성영(3억627만원) 의원 등 대구 · 경북 출신 의원이 5위 안에 4명이나 포진한 것도 특징이다. 반면 같은 TK 출신인 최경환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모금액이 '0원'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하곤 차기 대권주자들의 모금액은 대부분 '평균 이하'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재 · 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재오 특임장관은 2331만원을 모금하는 데 그쳤다. 국회 내 최고 재력가인 정몽준 전 대표도 5935만원을 후원받았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억116만원을 모금해 평균액을 넘긴 반면,정세균 최고위원은 1억4785만원을 기록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개인 모금액 상위 20위 중 한나라당이 16명을 차지했고,민주당은 4명에 불과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