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수업료 수정에 100% 영어강의도 논란
"문제 시스템 고치되 개혁 계속돼야" 의견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 4명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서남표 총장의 개혁정책이 어디까지 후퇴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최근 학생들의 잇단 자살을 서 총장과 연계시키는 것을 경계하면서 '서남표식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1일 KAIST에 따르면 서남표 총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정 성적 미만 학생들에 대해 차등 부과해오던 수업료를 8학기 동안은 면제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KAIST 학생들은 원칙적으로 수업료를 내지 않지만 2007학년도 신입생부터는 학점 4.3 만점에 3.0 미만인 학생은 최저 6만원에서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했다.

서 총장은 2006년 취임 당시 학생들이 무상교육 혜택 아래 저조한 성적의 과목을 거듭 재수강하면서 졸업을 하지 않아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모습을 보고 '미래 지도자가 될 학생들이 주어진 책임을 다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제도를 도입했는데 최근의 사태로 개혁의지를 한풀 꺾은 것이다.

이제 일부에서는 100% 영어강의와 재수강 과목수 제한 등의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일부 교수는 서 총장 취임 후 강화된 정년보장(테뉴어) 심사가 교수들을 압박하고 있다고도 지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내외에서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서 총장 사퇴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데 11일 오후 2시 현재 1천500명 가까운 인원이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서명운동 제안자는 "KAIST는 이공계통의 대한민국 영재들을 모아 놓은 대학인데 성적 지상주의로 그들의 인격과 배움의 가치를 순위매겨 낙인찍는 것은 어떤 교육보다 나쁜 교육"이라고 지적하며 "서 총장은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KAIST 학부총학생회도 13일 비상학생총회를 소집하면서 "서 총장이 취임한 이래 도입된 경쟁위주의 제도개혁이 실패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려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개혁 후퇴나 서 총장 사퇴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명운동이 진행중인 사이트 게시판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이 되려면 체질강화는 더욱 공고해져야 한다"거나 "서 총장 취임 후 KAIST가 세계대학 순위에서 100위 안에 들 정도로 경쟁력이 올라가는데 사퇴를 외치는 이유가 무엇이냐", "현재 시스템의 문제가 된 부분은 고쳐도 개혁을 그만둘 수는 없다", "실질적 경쟁이 없으면 대학 자체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KAIST의 존재이유가 없어진다"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한 트위터리안도 "서 총장에게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학벌을 강요한 사회, 공부 잘하니 최고라며 교만하고 유약한 아이를 길러낸 부모, 점수 위주의 단편적 평가에 익숙해진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교수들, 이 모두에도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학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서 총장과 연관짓지 않기는 어렵지만 지금은 충돌할 때가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더 좋은 학교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때라는 등의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