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상장사 씨모텍과 제이콤의 대주주인 인수 · 합병(M&A) 전문회사 나무이쿼티가 자회사 자금 53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됐다. 피해를 입게 될 소액주주가 2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제이콤 직원들은 나무이쿼티의 실소유자인 김창민 씨 등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고 공시했다. 제이콤의 현금 82억원과 자회사 제이엔씨홀딩스의 현금 200억원을 횡령했다는 주장이다. 김씨와 나무이쿼티의 또 다른 실소유자로 추정되고 있는 이철수 씨가 씨모텍에서 256억원을 횡령 · 배임한 것으로 알려진 지 나흘 만이다.

현재 씨모텍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고 있으며,제이콤은 부도로 인해 상장폐지가 결정된 상태에서 정리매매가 진행되고 있다. 나무이쿼티는 김씨와 이씨가 2009년 7월 설립한 M&A전문회사다. 설립 4개월 만에 씨모텍을,이듬해 7월 제이콤을 인수하며 주목받았지만 두 회사가 나락에 빠져 자회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고발된 김씨는 나무이쿼티 설립과 씨모텍 인수를 주도하고,이씨는 인수 자금을 사채시장에서 조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성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난 이씨는 삼화저축은행의 씨모텍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와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제이콤 M&A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이쿼티는 씨모텍과 제이콤 인수에 각각 300억원과 230억원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총 530억원으로 두 회사에 대한 횡령액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인수할 기업의 현금과 예금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사채시장에서 조달한 뒤 회사자금을 횡령해 이를 갚았다는 의구심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와 제4 이동통신사업 진출,저축은행 인수 등 기업가치 부양을 위한 노력들이 벽에 부딪히면서 올 감사에서 부실이 대거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와 이씨 뒤에 폭력조직 등 몸통이 따로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씨모텍의 시가총액은 534억원이며,부도 직전 제이콤의 시총은 166억원이었다. 씨모텍에는 1만4000여명,제이콤은 8000명이 주주로 등록돼 있어 횡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피해를 입게 될 투자자는 2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