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지역 관광 사업권 계속 유지'에 방점
어려움 속 현대그룹엔 '엎친 데 덮친' 격
남북관계 개선돼야 근본적인 해결 가능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사업 독점권 효력을 취소한다는 북한의 발표에 현대아산은 북한의 진의 파악에 주력하면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아산 측은 합의 없는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가 유감스럽다면서도 이번 조치에서 북한이 현대와의 신의 및 협력관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 이후 사실상 중단됐으며, 북한은 천안함 사건 후인 작년 4월 말 현대아산의 외금강 주요 시설을 동결하는 조치를 집행했다.

이후 북한은 외금강 관광을 포함한 상품을 중국 여행사를 통해 판매하면서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을 시작했지만, 우리 측 자산이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의 외금강 등을 관광대상지에서 제외해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을 중국 측이 받아들이면서 중국인 관광객의 금강산 방문은 사실상 중단됐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조치는 북측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권리를 명확히 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아산 측도 북한이 장기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북측지역을 통해 자체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판단하면서 '독점권 취소'가 가진 의미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9일 "북한이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현대가 계속 맡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독점사업권 취소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오랜 시간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북한이 북측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다시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점사업권 취소'가 어찌 보면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남측지역의 관광사업권을 현대가 계속 가진다는 점과 북한이 중국인 관광사업을 한 전력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딱히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북한은 작년 하반기부터 북측 지역의 금강산 관광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해왔고, 최근까지 실무면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현대 측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라 현대아산이 느끼는 당혹감은 덜하지만 회사 측은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못하고 중단 상황이 고착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북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이후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조치가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아산은 1999년 2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회사로 창립돼 2003년 9월 금강산 육로사업을 착수했고, 2004년 6월에는 개성공업지구 시범단지를 준공한 데 이어 2007년에는 개성 관광사업도 시작했다.

남북 관계를 위협하는 크고 작은 사건 속에서 맥을 이어가던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2008년 7월11일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지금까지 중단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 실패 등으로 '우환'을 겪는 현대그룹에도 이번 북한의 조치가 엎친데 덮친 격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덤'으로 딸려온 현대상선 지분을 놓고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사이의 갈등은 아직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계열사인 현대아산의 대북사업도 남북 갈등 고착화에 따라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금강산 관광의 경우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자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현대그룹의 고민이 있다.

현대아산 측은 "금강산 관광이 하루 속해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가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