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주(3월31일~4월6일) 신흥국과 선진국 관련 펀드엔 93억3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삼성증권이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였다. 특히 한국 투자 비중(11.78%)이 높은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로도 사상 최대(39억41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다. 경기 부양을 위해 풀린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외국인은 8일에도 1000억원 이상 주식을 사들이며 18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갔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돈이 들어오는데 한국 주식을 못 살 이유가 없다"며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최소 3개월 이상 매수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18일 연속 순매수

이날도 외국인의 한국 주식에 대한 애정 공세는 이어졌다. 장중 500억원대 순매수에 그쳤으나 장 마감 동시호가를 이용해 500억원어치를 더 사들였다. 이번주에만 1조원 이상 주식을 순매수해 지난 18일간 사들인 규모는 4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연속 순매수 기록 중 기간으론 사상 세 번째다.

외국인에 실탄을 제공하는 글로벌 펀드에는 2주 연속 대규모 자금이 들어왔다. 세계 펀드 동향을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이번 한 주간 GEM펀드 39억4100만달러를 포함해 93억30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전주 43억98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GEM펀드와 더불어 한국 투자 비중이 높은 아시아펀드(일본 제외)에도 10억8800만달러가 들어왔으며 인터내셔널펀드(18억8600만달러)와 퍼시픽펀드(1억6000만달러)도 순유입을 보였다.

이민정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과 일본의 재해 복구 자금 방출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은 사상 최고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기대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재욱 하나UBS자산운용 대표는 "작년에는 채권이 좋았지만 올해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살 이유 충분

외국인 순매수 지속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한국 관련 펀드로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는 데다 신흥국에서 한국이 뒤처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진 대표는 "한국 기업 실적이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정도로 과거 평균인 8~12배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공격적으로 내다판 2004년 말과 비교해도 현 국면은 큰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2004년 말은 외국인 비중이 42%로 아시아 5개국 평균 20.5%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현재는 36%대로 대만 인도 태국 등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원화가 저평가된 상황이어서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되더라도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익 성장 둔화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위원은 "올 한국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전망치는 15.6%로 신흥국 평균(16.1%)에 비해 낮지만 지난해 워낙 높은 성장률(41.8%)을 보인 때문"이라며 "외국인은 절대적인 이익 규모가 커졌다는 점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는 한 외국인은 순매수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조 센터장은 "2000년 이후 전년 동월비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한 6차례 국면에서 외국인은 4번 순매수 기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예외적인 두 차례는 2005년 원화 초강세기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였다. 그는 "외국인은 한국 경기 사이클에 정통한 투자자"라며 "경기선행지수 상승이라는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