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산안 처리 시한인 8일 자정(현지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과 공화당은 막판 대타협을 모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7일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 의장 등과 두 차례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 실패했다. 밤샘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연방정부 폐쇄가 불가피하다.

CNBC는 이날 연방정부 폐쇄가 장기화되면 금융사들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해져 월가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금융당국에 등록하는 절차가 필요한 주식과 채권 발행이 중단될 수 있다. 기업공개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당국의 사전 승인이 필요한 인수 · 합병(M&A)도 차질을 빚게 된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시장감독 기능 등을 제한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증권 등록과 기업들이 제출한 결산보고서 인가 및 발행 업무 등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SEC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계속 수행할지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M&A 과정에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는 연방무역위원회(FTC)와 법무부의 기능이 축소되면 최근 활발해진 M&A 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있다. 연방정부 폐쇄 사태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는 독과점 판정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직은 M&A 관련 독과점 판정 신청을 추가로 받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에 반해 통화당국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정부 예산에 의존하지 않는 만큼 정상적인 업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1995년처럼 연방정부 폐쇄가 3주 이상 지속되면 월가 금융사의 수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예산안 처리 시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1주일짜리 잠정 예산을 이날 독자적으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공화당의 잠정 예산 처리는 올 예산안의 합리적 타결을 모색함으로써 국가경제 회복을 위기에 빠뜨리는 연방정부 폐쇄 사태를 피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빗나가게 하는 조치"라며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따라서 예산안이 8일 자정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미 연방정부는 일부 필수 업무 등을 제외한 모든 공공서비스 제공을 중단하게 된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