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지적을 귀담아 듣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남성들의 실패담은 숱하다. 반면 아내 덕에 가세가 커졌다는 식의 얘기는 집집마다 흔하다. 남편들이 재테크를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아내에게 맡겨 버리라는 조언도 있다. 부동산 투자에 집중하는 '한국식 재테크'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같은 물건에 대한 판단이나 투자 결정 속도가 부부 간에 서로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돈 버는 아내들,이른바 '부자 엄마'의 특징은 뭘까. 이론보다 현장에 강하다는 점이다. 직접 다녀보고 느껴보고 감(感)을 잡는다. 주변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평판을 듣고 자신의 투자 결정을 되새김질하며 고민한다. 전혀 모르는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잘 아는 동네의 부동산을 산다거나 오랫동안 지켜본 분야의 기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매수 · 매도 타이밍이 정확할 수밖에 없다.

꼼꼼함과 정성도 이들의 특징이다. 아이들이 다닐 학원을 정하듯 투자할 대상도 정성을 들여 고른다. 리스크가 혹여 너무 크진 않은지,가계 형편에 비해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거듭한다. 무조건 부동산에만 투자했던 옛날 부자 엄마들과 요즘 부자 엄마들은 또 다르다. 요즘은 주식 펀드 연금 보험 등 금융상품들에 대한 지식도 망라해야 하니 공부도 많이 한다. 좋은 재테크 강연이 있다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가 귀를 기울인다.

반면 재테크에 번번이 실패하는 '가난한 아빠들'은 이런 특징이 없다. 한 방에 큰 돈을 벌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가계 자산을 불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고사하고 손해나 안 끼치면 다행이다. 주식을 고를 때도 안정적인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큰 주식에 다 걸어 버린다. 포트폴리오 투자라는 말에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사례는 드물다.

가난한 엄마,가난한 아빠들 중 상당수는 종잣돈이 적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게 재테크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들은 어렵게 투자 결심을 하더라도 발로 뛰기보다는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투자를 하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마음만 조급해서 남들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정도가 아니라 '팔랑귀'다.

부부가 함께 재테크를 해야 성공 확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숙고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상대의 진심 어린 조언에 핀잔부터 날려서는 곤란하다. 재테크 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오늘,집에 돌아가서 배우자와 함께 앞으로 10년간의 재테크 계획을 함께 짜보면 어떨까.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