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 국가의 가난은 정치 제도 탓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난한 국가들은 자원이 부족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정치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출간 한 달 전부터 뉴욕타임스(NYT)와 이코노미스트가 장문의 리뷰 기사를 쏟아내며 주목한 책이 있다. 공산 국가가 붕괴되기 시작한 1989년 '역사의 종말'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미국 스탠포드대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59)가 20여년 만에 내놓은 '정치 질서의 기원(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s)'이다. 미국 학계의 저명한 신문 '크로니클'은 역사의 종말을 뛰어 넘는 명작이라고 평했다.
새 책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인류 이전 시대부터 현재까지 인간 정치제도의 진화 과정을 분석했다. 후쿠야마는 인간의 행동 양식, 특히 규칙을 만들려는 성향이 근대 사회체제의 토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후쿠야마에 따르면 정치 제도에 내용을 제공하는 역할은 문화가 담당했다. 제도가 한 번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내재적 가치를 부여하려 한다. 때문에 좀처럼 바꾸기가 어렵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후쿠야마는 주장했다.
제도는 바뀌기 힘든 만큼 발전하기도 어렵다. 후쿠야마는 "가난한 국가들은 자원이 부족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정치 제도가 결핍돼 있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가난한 국가들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법치주의 부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사회에 어떤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며 "규칙을 부과해도 사람들이 헌신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중국의 경우 스스로 외국의 제도를 자국에 맞게 변형해 채택한 뒤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사례"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서구식 사회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서구 제도에 걸겠다."
그는 최근 민주주의가 아닌 체제로써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역사의 완성 단계라고 썼다.
후쿠야마는 중국과 관련, "'나쁜 군주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가운데 현대 사회가 위에서 아래로의 체제로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치체제 아래선 집권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어 장기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후쿠야마는 튀니지발 '재스민 혁명'과 관련, 지난 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다음은 중국 차례?'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글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
후쿠야마는 민주주의라는 '우연'을 통해 영국, 미국은 다른 국가들이 모두 모방하려는 강력한 정치 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직 영국과 덴마크만이 강력한 국가, 법치주의, 집권자의 책임의식 등 세 가지 핵심적인 제도를 발전시켰다" 며 "이 세 가지 제도는 생물학의 자연선택, 자연도태 과정을 거쳤고 다른 국가들도 받아들여 성공적인 모델로 증명됐다"고 적었다. 또 법치주의를 통해 집권자는 국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상이 발전했다.
반면 시공을 막론하고 국가를 위협한 것은 혈연주의였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 황제들은 환관 계급을 제도화했고 교황 그레고리 7세는 성직자 독신제를 강요했다.
오는 12일 출간되는 '정치 질서의 기원' 1권은 선사시대부터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까지 동서양을 포괄한 정치사회 구조의 변화를 다뤘다. 출간 예정인 2권은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 현대 사회까지 다룬다.
NYT는 이 책이 인간 사회가 전쟁이나 경제 같은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전쟁과 경제는 물론 혈족주의 등 다양한 요인을 통해 정치 발전을 이뤄왔다는 폭넓은 견해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
출간 한 달 전부터 뉴욕타임스(NYT)와 이코노미스트가 장문의 리뷰 기사를 쏟아내며 주목한 책이 있다. 공산 국가가 붕괴되기 시작한 1989년 '역사의 종말'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미국 스탠포드대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59)가 20여년 만에 내놓은 '정치 질서의 기원(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s)'이다. 미국 학계의 저명한 신문 '크로니클'은 역사의 종말을 뛰어 넘는 명작이라고 평했다.
새 책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인류 이전 시대부터 현재까지 인간 정치제도의 진화 과정을 분석했다. 후쿠야마는 인간의 행동 양식, 특히 규칙을 만들려는 성향이 근대 사회체제의 토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후쿠야마에 따르면 정치 제도에 내용을 제공하는 역할은 문화가 담당했다. 제도가 한 번 형성되면 구성원들은 내재적 가치를 부여하려 한다. 때문에 좀처럼 바꾸기가 어렵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려는 시도는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후쿠야마는 주장했다.
제도는 바뀌기 힘든 만큼 발전하기도 어렵다. 후쿠야마는 "가난한 국가들은 자원이 부족해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정치 제도가 결핍돼 있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가난한 국가들이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법치주의 부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사회에 어떤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며 "규칙을 부과해도 사람들이 헌신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중국의 경우 스스로 외국의 제도를 자국에 맞게 변형해 채택한 뒤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사례"라고 평가했다.
"중국과 서구식 사회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서구 제도에 걸겠다."
그는 최근 민주주의가 아닌 체제로써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가 역사의 완성 단계라고 썼다.
후쿠야마는 중국과 관련, "'나쁜 군주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가운데 현대 사회가 위에서 아래로의 체제로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치체제 아래선 집권자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어 장기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후쿠야마는 튀니지발 '재스민 혁명'과 관련, 지난 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다음은 중국 차례?'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글을 남겨 주목을 받았다.
후쿠야마는 민주주의라는 '우연'을 통해 영국, 미국은 다른 국가들이 모두 모방하려는 강력한 정치 체제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직 영국과 덴마크만이 강력한 국가, 법치주의, 집권자의 책임의식 등 세 가지 핵심적인 제도를 발전시켰다" 며 "이 세 가지 제도는 생물학의 자연선택, 자연도태 과정을 거쳤고 다른 국가들도 받아들여 성공적인 모델로 증명됐다"고 적었다. 또 법치주의를 통해 집권자는 국가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상이 발전했다.
반면 시공을 막론하고 국가를 위협한 것은 혈연주의였다. 이를 막기 위해 중국 황제들은 환관 계급을 제도화했고 교황 그레고리 7세는 성직자 독신제를 강요했다.
오는 12일 출간되는 '정치 질서의 기원' 1권은 선사시대부터 18세기 프랑스 혁명 때까지 동서양을 포괄한 정치사회 구조의 변화를 다뤘다. 출간 예정인 2권은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 현대 사회까지 다룬다.
NYT는 이 책이 인간 사회가 전쟁이나 경제 같은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전쟁과 경제는 물론 혈족주의 등 다양한 요인을 통해 정치 발전을 이뤄왔다는 폭넓은 견해를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