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세기 동안 숨가쁘게 진행됐던 인류의 최고 속도 개발 경쟁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우주선은 물론이고 여객기나 군용항공기 분야에서도 좀 더 빠른 비행체를 만들려는 노력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6월 미국의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마지막 비행을 마치고 퇴역하면 인류의 최고속도 기록은 한단계 내려앉게 될 것이라고 7일 보도했다.

현재 우주왕복선은 재사용할 수 있는 비행체로는 사상 최고 속도 기록을 갖고 있다.

이보다 빠른 것은 달에 쏘아보낸 1회용 로켓 뿐이다.

우주공간에서가 아니더라도 인류의 고속 항공기 개발 경쟁은 수십년 전부터 답보상태였다.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이미 퇴역했지만 이보다 빠른 여객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사상 최고 속도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의 첩보기 SR-71(일명 블랙 버드)도 첩보위성으로 대체된 뒤 이만큼 빠른 군용기도 개발되지 않았다.

인류가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가 점차 낮아지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지난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은 WSJ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2세기동안 인류의 속도개발 경쟁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다고 회고했다.

18세기에는 인간은 걷거나 말을 타고 시속 10㎞ 정도로 달려 여행할 수 있었으며 19세기에는 기차 속도가 시속 100㎞를 돌파했다.

또 20세기에는 제트기를 타고 시속 1,000㎞로 여행할 수 있는데 과연 21세기에는 시속 1만㎞로 여행할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표시했다.

암스트롱은 희망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은 달성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런던의 과학 박물관에는 인류의 속도경쟁 산물이 전시돼 있는데 홀 한쪽에는 최초로 상용화된 증기기관차가 놓여있다.

영국 엔지니어 조지 스티븐슨이 설계한 이 기관차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시속 50㎞에 육박하는 속력 때문에 '로켓'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철도를 통해 구현된 이 발명품은 영국이 세계에 준 선물로 대륙의 여행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이 박물관 한편에는 실제로 인류 최고속도를 보유한 로켓이 전시돼 있다.

인류의 속도경쟁은 1815년 철도와 증기선이 개발되고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비롯됐다.

1905년에 경주용 차량 속도가 시속 160㎞를 돌파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제트가 속도가 시속 1천㎞에 달했다.

이후에도 인류는 음속을 돌파하고 우주선을 궤도에 쏘아올리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최근에는 이런 속도경쟁을 하지 않고 있다.

퇴역한 블랙버드 편대장 리치 그래험씨는 "이제 사람들이 속도에 더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