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디바'는 아름다웠다. 때로는 도발적이고 가끔은 요염하며 은근히 귀엽기까지 했다.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댄스곡 '링딩동'을 부르며 격렬한 춤을 출 때도,잔잔한 발라드인 '딸에게'를 열창할 때도 라이브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올해로 데뷔 33주년을 맞은 인순이(사진) 얘기다. 대부분의 그 시절 가수들이 은퇴한 것과 달리 그는 해마다 수십차례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가지며 관객을 열광시키는 '현재진행형' 가수다.

다음달 7~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더 환타지아' 공연을 여는 그를 지난 5일 만났다. 15명의 중증 지적장애인이 이용하는 시설을 후원하기 위한 '좋은친구 장애인주간보호시설 후원의 밤' 자선공연을 앞둔 자리였다. 이날은 그의 54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그는 꾸준하게 팬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을 "히트곡이 없는 가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78년 희자매로 데뷔했을 땐 남의 노래만 불렀어요. 1년을 기다린 끝에 우리 노래인 '실버들'이 나왔죠.그후로도 기억에 크게 남을 만한 히트곡은 별로 내지 못했어요. 공연할 때 한 두곡 정도는 제 노래로,나머지는 다른 가수의 노래를 했죠.지금도 공연 레퍼토리의 절반은 남의 노래예요. 히트곡이 많은 가수들을 보면 부럽죠.하지만 제 히트곡이 없기 때문에 그 노래를 먼저 부른 사람보다 더 잘 부르기 위해 노력했고 매번 다른 느낌의 무대를 만들어왔어요. 히트곡이 많았으면 거기에 안주했겠죠.인순이가 이번에는 어떤 것을 할까 팬들을 궁금하게 만든 것이 롱런의 비결입니다. "

그는 내달 공연에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고대풍 의상을 동원해 색다른 느낌의 무대로 꾸밀 겁니다. 곡들도 팬들이 좋아하는 최고의 노래로 선곡할 거예요. 제 공연은 3대(代)가 같이 오는 걸로 유명해요. 할머니와 딸과 손녀가 같이 손잡고 오는 공연이죠.다양한 연령층을 모두 만족시킬 것입니다. "

최근 '세시봉'과 '나는 가수다'를 통해 중견 가수들이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표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뮤직비디오가 있어요. 음악을 들으면 첫사랑이 떠오르고 첫키스가 기억나고 그런 거죠.'세시봉'과 '나는 가수다'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추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해줬어요. 저도 팬들의 추억과 함께하는 가수로 더 오래 남고 싶습니다. "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