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에선 규모가 크다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

피터 샌즈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회장(사진)은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에서 최근 나오고 있는 메가뱅크론이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지금 논의는 '규모' 문제에 너무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은 자산과 자본을 가장 효율적인 곳에 투자해서 비즈니스를 역동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은행 사이즈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은행 대형화,성공 보장 못해"

샌즈 회장은 은행 규모보다 효율성을 중시해야 하는 사례로 SC그룹을 들었다. SC는 2001년 순이익이 10억달러에 그쳤지만 작년엔 60억달러로 증가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샌즈 회장은 "SC그룹은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금융그룹은 아니지만 순이익을 보면 거대 은행들보다 훨씬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SC그룹은 상품 점유율과 고객군별 점유율,지역별 점유율 등에서 모두 앞서고 있는 매우 경쟁력 있는 은행"이라며 "모든 은행은 경쟁 우위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즈 회장은 특히 SC그룹의 여신 증가율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포함된 2007년 중반부터 작년 말까지 6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스크 대응 능력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샌즈 회장은 "SC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2007년부터 금융위기 조짐을 느끼고 소매금융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등 '신중한 성장'을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멀티채널 전략으로 효율성 높일 것"

규모보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샌즈 회장의 경영 방침은 SC제일은행의 운영전략에도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SC제일은행은 올해 전국 404개 영업점 중 고객이 적은 27곳을 폐쇄키로 했다. 이른바 '채널 다변화(멀티채널)' 전략의 일환이다.

샌즈 회장은 이에 대한 한국 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인구나 경제 변화에 맞춰 영업환경을 재정비해 미니점포 등 멀티채널로 전환하는 것일 뿐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는 변함 없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은 줄고 인터넷 휴대폰 등으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늘어나는 만큼 고객을 접하는 방식도 다양해져야 한다"며 "멀티채널 전략은 인도 등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 인수 의향에 관한 질문에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인수 · 합병(M&A)보다는 자체 성장이 우리의 주요 전략"이라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SC제일은행이 호봉제를 폐지하고 연봉제로 전환하려는 것에 대해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해야 한다"며 강력히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SC제일은행은 작년 순익 3224억원 중 1000억원가량을 배당금으로 썼다. SC그룹 진출 후 첫 배당이다. 샌즈 회장은 "지난 6년간 한국 비즈니스가 성장하길 원했기 때문에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그간 한국에 5조원 이상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배당금은 크지 않은 규모"라고 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