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말 한마디에 여당 정책이 또 뒤집혔다. 내놨다가 슬그머니 사라진 부분적 전 · 월세 상한제 도입 얘기다.

홍 최고위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 중진연석회의에서 부분적 전 · 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부분적 전 · 월세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이 방안을 야당과 협의해 처리키로 했다. 배은희 한나라당 대변인은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전 · 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우리당 정책위 차원에서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 · 월세 대란이 심했던 지난달 22일 심재철 정책위 의장이 "당 정책위 산하 정조위원장들과 협의해 (전 · 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해)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언급하며 부분적 전 · 월세 상한제 도입 추진의사를 밝혔었다. 국토해양부 장관이 정하는 일부 지역의 전 · 월셋값 상한선을 정부가 정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달 1일 정부가 직접적으로 전 · 월세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시장 경제 및 당의 이념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오자 이를 백지화하기로 했다. 이처럼 여당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친서민 기조와 시장 경제 질서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나라당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서민대책위원장으로 최근 이자 상한제를 주장하며 친서민 행보 중인 홍준표 최고위원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 당직자는 "홍 최고위원의 센 발언이 오락가락하던 정책 행보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전 · 월세 상한제는 부분적이라도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면적인 전 · 월세 상한제를 당론으로 추진 중인 민주당도 충분히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위 야당 간사인 최규성 민주당 의원은 "전면적이든 부분적이든 전 · 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하는 게 맞다"며 "전 · 월셋값 상승세가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 만큼 부분적으로라도 도입해야 한다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