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한국주식 사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6일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나타낸 외국인 투자가는 장중 '사자'로 돌아서 513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 5일까지 15거래일 연속 한국 주식을 담아 4조64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한 것과 합치면 16일 간 4조5784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선호 종목은 무엇일까.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5일까지 집계한 쇼핑리스트에는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9850억원 순매수)를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포진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업황 반등이 기대되고 있는 반도체주와 제품가격 인상이 기대되는 철강주, 원화강세 수혜주와 저평가 메리트가 돋보인 금융주, 수주 모멘텀이 부각된 조선주 등이 눈에 띈다.

종목별로는 포스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KB금융 OCI 기아차 LG화학 삼성중공업 하이닉스 삼성화재 우리금융 한국전력 NHN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현대건설 케이피케미칼 현대제철 현대홈쇼핑 등이 '러브콜'을 받았다.

반면 외국인은 그동안 많이 오른 정유주에 대해 '팔자'에 나섰다. 같은기간 가장 많이 판 종목은 휘발유 제품값 인하 이슈가 불거진 SK이노베이션(1439억원 순매도)이 꼽혔다. GS 주식도 707억원어치 순매도했고, S-Oil도 435억원 어치를 내다판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이번주들어 외국인들은 화학업종을 1430억원어치 순매도,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팔았다.

내수주와 그동안 주가가 많이 상승해 주가 부담이 커진 종목군이 매도 상위 종목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삼성SDI 신한지주 현대차 금호석유 대우인터내셔널 농심 강원랜드 유한양행 롯데제과 CJ KT&G 삼성테크윈 GKL 하나금융지주 두산중공업 일진머티리얼즈 한국가스공사 등이 매도 상위종목이었다.

유수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많이 오른 정유주를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전기전자, 자동차, 금융업종은 사들이는 모습"이라면서 "1분기 실적을 통해 2∼3분기 실적 개선 기조만 확인한다면 외국인 매수세와 함께 지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도업종의 교체과정은 외국인의 수급변화로부터 나타나는데 외국인은 이번주 들어 전기전자와 철강금속, 금융, 건설 업종에 대해 순매수 비중을 늘렸다"면서 "이들 업종이 향후 주도업종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기조가 추가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증시가 다른나라 대비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크고, 최근 유입된 외국계 자금의 경우 중장기 성격이 주류를 이뤄 긍정적이란 평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 12개월 선행 기준으로 국내증시의 PER(주가수익비율)은 9.8배로 선진국(12.1배), 이머징(10.8배), 미국(13.0배), 인도(14.3배) 등에 비해 여전히 낮다.

세계 자금이 신흥국가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도 형성되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QE2(2차 양적완화)와 일본 양적완화, ECB(유럽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달러가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이에 따른 비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신흥국가 시장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