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재단(이사장 이현재 전 국무총리)은 제21회 호암상 5개 부문 수상자를 5일 발표했다. 부문별 수상자는 △과학상 하택집 일리노이대 교수(생물물리 · 43) △공학상 토머스 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전자공학 · 52) △의학상 최명근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호흡기내과 · 51) △예술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63 · 줄리아드음대 교수) △사회봉사상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 등이다.

호암재단 관계자는 "국내외 각계 전문가로부터 추천받은 후보자를 대상으로 35명의 심사위원이 4개월간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과학상 수상자인 하택집 교수는 물리학을 토대로 새로운 생명현상 탐구 분야를 개척한 세계적 과학자다. 형광공명에너지전달(FRET) 현상을 생체 단분자 연구에 최초로 적용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공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리 교수는 무선통신 분야의 권위자다. CMOS 공정을 기반으로 하는 무선고주파 집적회로(RFIC) 기술을 실용화하는 연구로 현대 무선통신 분야의 발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학상은 하버드의대 부속 브라이엄여성병원(BWH)에서 호흡기 · 중환자의학 분야 전문의로 활동 중인 최명근 교수가 받는다. 최 교수는 체내에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세포와 조직을 보호하는 기능을 최초로 규명해 난치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예술상 수상자인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는 1970년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래 전 세계 음악가와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정씨는 1997년 호암상을 받은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누나로,호암상 최초의 남매 수상이란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사회봉사상은 국내 최초의 민간 법률구조기관으로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법률지원 사업을 벌인 공로로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수상한다.

호암상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상금 3억원과 순금메달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6월1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호암재단은 시상식을 전후해 전국 주요 대학과 전문가모임 등을 통해 수상자들의 기념 강연회를 열 계획이다.

호암상은 이 회장이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인재 제일주의와 사회공익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한 상이다. 작년까지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소설가 박경리 등 106명이 이 상을 받았다. 작년에는 호암상 제정 20주년을 맞아 스웨덴 노벨재단이 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