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태생의 르네 반바르트는 파텍필립과 오메가 등 세계 최고급 시계브랜드에서 일하며 습득한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1955년 시계 제조회사를 차렸다. 브랜드명은 '의견을 나누고 정당한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을 뜻하는 라틴어 'quorum'에서 스펠링을 줄인 '코룸(corum)'으로 지었다.

그는 직접 제조한 정교한 기계식 무브먼트에 남이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나 관습을 타파하는 새로운 시도를 접목한 시계를 내놓으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1958년 중국의 피라미드꼴 모자를 떠올리는 베젤(테두리)을 가진 시계를 선보인 이후 독창성은 코룸의 상징이 됐다. 1964년에는 20달러짜리 금화를 반으로 갈라 그 사이에 극도로 얇은 '울트라 플랫 무브먼트'를 탑재한 '코인 워치'로 화제를 일으켰다. 1966년에는 인덱스가 다이얼(시계판)이 아닌 베젤에 새겨진 획기적인 발상의 시계를 선보였고 1970년에는 진짜 새 깃털로 다이얼을 구성한 '깃털(feather) 시계'를 들고 나왔다.

1980년에는 사각 모양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에 코룸브랜드의 아이콘이 된 바게트 모양의 기다란 무브먼트를 장착한 '골든 브릿지'를 선보이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로도 △실제 운석으로 다이얼을 만든 '미티어리트 모델' △케이스가 수직으로 세워지는 기계장치를 달아 탁상 시계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제품 △11㎜ 두께의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로 돋보기 효과를 추가한 모델 등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를 끊임없이 선보이면서 코룸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고급 시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코룸은 지난해 바젤월드에서 30주년을 맞은 '골든 브릿지'에 투르비옹(중력으로 생기는 오차를 줄여주는 특수 장치)을 단 모델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자체 개발한 오토매틱(손으로 태엽을 감지 않고 손목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동력을 얻는) 무브먼트를 장착한 '골든 브릿지 오토매틱'을 내놨다. 이 제품에 장착된 무브먼트 '칼리버 CO313'은 로터(무브먼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장치) 소재 개발과 마찰력 테스트 기간을 포함해 4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완성됐다. 플래티늄으로 만든 로터는 무게가 4g으로 1㎝ 공간을 상하로 움직이며 무브먼트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무브먼트에 맞춰 케이스는 가로 37.2㎜,세로 51.8㎜로 전보다 커졌고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약간 휘어지게 디자인했다.

'골든 브릿지'와 함께 코룸을 대표하는 해양스포츠 시계 '어드미럴스 컵(Admiral's Cup)'도 기존 모델보다 더 얇고 우아해진 신제품을 선보였다.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미한 38㎜ 사이즈의 여성 모델 '레전드 38'과 42㎜ 사이즈의 남성모델 '레전드 42'를 동시에 내놨다.

'레전드 38'은 코룸의 로고가 보이는 자동 무브먼트 '칼리버 CO 082'를 장착했고 베젤에 72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두 모델 모두 백케이스를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들어 아름다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