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지난주 1100원 선을 하향 돌파한 데 이어 1080원대까지 낙폭을 키우자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나친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하락 속도를 늦추려는 것이다.

◆MMF에서 자금 꺼내 실탄 확보

4일 기획재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 여유자금을 운용하는 5개 위탁운용사에 머니마켓펀드(MMF) 자금 일부를 인출하겠다는 의사를 지난 주말 통보했다.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한 기금으로 시장에서는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운용사별 인출 규모는 NH-CA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KB자산운용 각각 50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85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평기금 전체 규모는 100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기금 자금을 통합해 운용하는 연기금풀 운용사에 외평기금을 맡겼다가 환율 변동성이 커질 때 자금을 인출해 개입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 1일과 4일 MMF 환매 신청이 있었다"며 "외환시장 개입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지난 1일 환매 청구를 하지 않은 운용사에 대해서도 이번 주 자금을 인출할 것이라는 사전 통보가 있었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는 업종별 협회를 통해 환율 하락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적정 환율뿐만 아니라 적정 변동폭까지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환율 1080원대 진입

원 · 달러 환율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1080원대로 진입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1086원60전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2008년 9월8일(1081원40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 실업률이 8.8%로 하락하는 등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지난 주말 통화긴축을 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 코스피지수는 소폭 떨어졌지만 외국인은 182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환율 하락세에 힘을 실었다.

◆외환보유액 3000억달러 육박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시장 심리가 환율 하락 쪽으로 기울어 있어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봤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환율이 1080원에 근접하면 당국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 하락세에 제동을 걸 만한 요인이 나타났을 때 달러 매수개입을 단행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세가 주춤하거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등 선진국 통화정책에 변화 조짐이 보일 때 당국이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 하락을 저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2986억2000만달러로 전달보다 9억5000만달러 증가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서정환/유승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