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정모씨(43).요즘 이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녀들이 크면서 좀 더 넓은 집으로 옮겨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해서다. 정씨는 시중은행에서 1억원가량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그는 "은행들을 돌아다니며 금리를 비교해 봤는데 대출상품별로 금리 차이가 적지 않았다"며 "고정금리로 빌려 주는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과 변동금리 대출 중 어떤 게 나을지 막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대출 한도 △적용 금리 △금리 변동 여부 △만기 등이다. 여기에다 근저당권 설정비 부담여부와 중도상환 수수료 등도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금리 상승 예상되면 고정금리형 유리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변동 여부에 따라 크게 변동금리형과 고정금리형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약 90%는 변동금리형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높이는 등 시중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종전처럼 변동금리형 대출을 추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금리 부담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서다.

변동금리형 대출은 양도성예금증서(CD)와 연동하는 CD연동 대출과 코픽스(COFIX · 자금조달 비용지수)와 연동하는 코픽스 연동 대출로 구분된다. 코픽스 금리는 은행권의 자금조달 평균금리로 CD 연동형보다 변동 주기가 길다.

일반적으로 고정금리형 대출 금리가 변동금리형보다 높다. 은행 입장에서 시장 리스크를 쉽게 반영할 수 없는 탓이다. 하지만 요즘엔 고정금리형이라 하더라도 연 5% 안팎의 저리 대출이 나오고 있어 변동금리형 대출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소비자에겐 고정금리형 대출이 낫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대출 금리는 연 4%대 중반에서 6%대 초반이다. 지금 시중은행에서 단기로 빌린다면 아무래도 변동금리형 이자가 고정금리형보다 소폭이나마 저렴하다.

많은 금액을 장기에 걸쳐 빌리고 싶다면 향후 금리 추세를 눈여겨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고정금리형,오히려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면 변동금리형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준금리가 당분간 오름세를 보이겠지만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본다면 다시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기간 빌린다면 변동금리형 대출

3~4년 동안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아직은 변동금리형이 다소 유리하다. 기간 리스크가 적어 은행들이 최저 연 4%대 중반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에 대한 집단대출을 받을 경우 최저 연 4%대 초반도 가능하다.

변동금리형 가운데 과거엔 CD 연동형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 들어 코픽스 연동형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의 90%가 코픽스 대출을 받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 코픽스 금리를 발표하면 이튿날(16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적용하는 방식이다.

코픽스 금리는 다시 신규 취급액 기준과 잔액 기준으로 구분된다. 신규 취급액 기준은 최근 1개월간 자금조달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잔액 기준은 은행조달 자금 잔액을 조달하는 데 든 비용을 바탕으로 산정한다. 이렇다 보니 잔액 기준과 신규 취급액 기준은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진폭에 차이가 있다.

잔액 기준은 시장금리보다 변동폭이 작다. 지금처럼 금리 상승이 예상된다면 신규 취급액 기준보다 잔액 기준이 유리하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속도가 늦기 때문에 불리하다.

그렇다면 변동금리든 고정금리든 현재 대출받은 상품을 갈아타는 것은 어떨까.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대출금 대비 0.5~1.5%에 달하는데다 근저당권 설정비(대출액 기준 0.6~0.8%)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장기 고정금리대출 출시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5%포인트 더 인정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지금 이대로~신한 금리안전모기지론'을 개발했다. 장기 대출이면서도 고정금리 방식이어서 소비자 호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품은 대출 만기 또는 일정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구조다. 기본형과 혼합형 등 두 종류다. 기본형은 3~1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다. 금리는 기간에 따라 연 5.0~5.8%다. 소비자가 설정비(1억원당 약 70만원)를 부담하면 금리를 연 0.1%포인트 깎아준다. 최저 연 4.9%로 빌려 준다는 얘기다. 기본형에다 비거치식(첫 달부터 원리금을 내는 방식) 분할상환을 선택하면 DTI 15%를 확대 적용받을 수 있다.

혼합형은 5년에서 30년까지 만기를 설정할 수 있다. 3년(최저 연 4.9%) 또는 5년(최저 연 5.0%)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나머지 기간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변동금리는 1년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에 연 0.8~1.0%포인트를 가산한다.

하나은행 이자안전지대론,국민은행 유비무환 모기지론,우리은행 금리안심 파워론 등 '고정금리 효과'를 내는 상품도 있다. 하지만 적용금리 자체가 높은데다 만기가 최장 5년 정도여서 대출 비중이 1% 미만에 불과한 형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기간이 길수록 조달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고정금리 상품에 대해선 이자를 높게 적용하는 게 관례"라며 "금융당국이 변동금리에 치중된 담보대출 구조를 바꾸고 있는 만큼 앞으로 고정금리 대출상품이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정금리형 대표선수 '보금자리론'

국내 대표적인 고정금리형 대출상품은 보금자리론이다.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형이 10% 미만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고정금리 대출의 대부분을 보금자리론이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보금자리론의 기본형 금리는 이달 기준으로 연 5.2(10년)~5.45%(30년 만기)다. 대출 초기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u-보금자리론 혼합형의 경우 연 4.8(10년)~5.05%(30년 만기)다.

저소득층에 적용되는 u-보금자리론 우대형(부부합산 연소득 2500만원 이하)을 선택하면 최대 1%포인트를 감면해 준다. 소비자가 설정비와 이자율 할인수수료까지 부담하면 최저금리가 연 3.6%(10년)로 떨어진다. 다만 무주택자 또는 주택 취득 후 15년 이내인 1주택자만 빌릴 수 있다. 9억원 초과 고가주택 역시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역시 자격요건에만 맞다면 적극 추천할 만하다. 정부가 올 연말까지 판매기간을 연장했다. 다만 가구원 모두가 집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가구로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여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시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비투기지역 주택만 가능하다. 가구당 최대 2억원까지 연 5.2% 금리를 적용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