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노 게이치로(사진)는 데뷔와 함께 일본 대표 문학상을 석권한 소설가다.1975년 일본 가마고리시에서 태어난 히라노는 1999년 교토대 법학부 재학 중 소설 <일식>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스물세 살의 나이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데뷔작으로 일본 최고 문학상을 받은 데다 당시 역대 최연소 수상이어서 화제가 됐다.대표작으로는 <마치네의 끝에서> <공백을 채워라> 그리고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한 남자> 등이 있다. 이 소설은 죽은 남편의 이름이 가짜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여자의 이야기로,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혐오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분인(分人)’, 즉 인간은 하나의 진정한 자아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만나는 상대와 환경에 따라 여러 자아를 둔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히라노는 일본 내 혐한 발언을 공개 비판해온 작가이기도 하다.최근 한국 대표 소설가 김연수와 함께 소설집 <근접한 세계>를 출간했다.구은서 기자
사우나의 본고장 핀란드. 지난달 눈이 소복이 쌓인 수도 헬싱키 항구 근처에서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우나 문을 열고 나온 이들이 너도나도 얼음 수북한 바다에 몸을 던졌다. 핀란드 사람들에겐 이 장면이 겨울을 보내는 가장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조각이다.핀란드 사우나의 기원은 약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척박한 북유럽의 극단적인 추위 속에서 사우나는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성소(聖所)’였다. 초기 사우나는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에 뜨겁게 달군 돌을 넣고 그 위에 물을 부어 열기를 유지하는 형태였다.이 공간은 핀란드인의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였다. 과거 사우나는 집안에서 가장 청결한 장소였기에 아이가 태어나는 산실(産室)이 됐고, 병든 자를 치료하는 병원이자 죽은 자를 배웅하는 장례식장이 되기도 했다. 핀란드인은 뜨거운 돌 위에 물을 부을 때 솟아오르는 증기를 ‘뢰일리(Loeyly)’라고 부르는데, 이는 고대 핀란드어로 ‘생명력’ 또는 ‘정신’을 의미한다. 증기에 깃든 자연의 숨결이 인간의 영혼과 연결된다고 믿어온 것이다.핀란드에서 사우나는 특별한 휴식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다. 우리가 매일 식탁에 김치를 올리듯, 사우나는 이들의 일상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호텔은 물론이고 일반 가정집도 사우나를 갖추고 있을 정도다. 도심에서 마주친 많은 현지인이 핀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이유 중 하나로 사우나 문화를 언급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사우나 문화는 핀란드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에선 ‘디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 안에서 뜨겁게 달궈진 돌 사이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요.”지난달 25일 핀란드 북부 로바니에미 노르바예르비 호수 인근 스카이라(SKYRA)에서 만난 사우나 전문 가이드 민나 홀름이 들려준 얘기다. 그는 신성한 의식을 하듯 달아오른 돌 위에 조심스레 물을 끼얹었다. 핀란드 전통 사우나는 공기를 직접 데우는 것이 아니라 돌로 공간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돌은 열을 오래 저장했다가 물을 부었을 때 강한 증기를 만들어 낸다. 고온에 강한 올리빈 등 광물이 핀란드의 주요 수출품인 이유다. 이곳에서 체험한 사우나는 거대한 산업이자 시대를 거슬러 온 문화 코드 그 자체였다.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공간핀란드에선 돌 위에 물을 부으면 순간적으로 솟아오르는 뜨거운 증기를 ‘뢰일리(Loeyly)’라고 부른다. 이 단어의 어원은 ‘영혼’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증기를 통해 인간이 자연의 영혼과 연결되고 그들에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이런 믿음은 핀란드 사우나 특유의 ‘침묵 문화’로 이어졌다. 핀란드인은 사우나 안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떠들지 않는다. 이 영혼을 존중하기 위해서다.사우나는 핀란드 역사 속에서도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다. 과거 위생시설이 부족하던 때 사우나는 집에서 가장 깨끗한 장소로 통했다. 홀름은 “출산할 때 사우나를 이용하기도 했다”며 “로바니에미에서 80년 전만 해도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고 했다. 사우나는 병든 이를 돌보는 곳이기도 했고,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몸을 치유하는 공간이자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공간이었던 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