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다양화..'글로벌 인재' 발굴 서바이벌도
비슷한 프로 범람 속 개성으로 승부

케이블 채널 엠넷(Mnet)의 '슈퍼스타 K'에서 시작된 오디션 열풍이 2단계로 접어들었다.

가창력 대결 일색이었던 초창기와는 달리 연기, 춤, 개그, 마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지원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

MBC '우리들의 일밤 - 신입사원'이나 KBS '도전자'는 아예 연예계와 거리를 뒀다.

'신입사원'은 아나운서 선발을, '도전자'는 진취적인 글로벌 인재 발굴을 각각 목표로 한다.

◇'팔방미인'형 연기자 선발 '기적의 오디션' = 오는 6월 말 방송을 목표로 지역 예선을 진행하고 있는 SBS '기적의 오디션'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연기자 선발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지역 예선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스타 배우와 감독, 작가 등이 멘토로 참여하는 '미라클 스쿨(Miracle School)'도 운영할 계획이다.

'미라클 스쿨'에서 체계적인 연기 지도를 받은 지원자들은 본선을 거쳐 '최후의 1인'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는 SBS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는 것은 물론, 상금 2억원과 함께 광고 모델에 기용되는 특전을 누릴 수 있다.

제작진은 "우승자가 최고의 연기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적의 오디션'은 현재 대전(3월26일)과 광주(4월2일) 등 2곳에서 1차 지역 예선을 치른 상태다.

1ㆍ2차 지역 예선은 대전ㆍ광주ㆍ부산ㆍ대구ㆍ서울 등 5대 도시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등 6개 지역에서 5월 17일까지 치러지며, 예선 합격자들에게는 '미라클 스쿨' 입학시험 기회가 주어진다.

심사위원 겸 멘토로 활약할 5인의 '드림 마스터즈'는 국내 톱 배우들로 채워진다.

현재 이범수의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며, 나머지 위원은 섭외가 진행 중이다.

◇'장기자랑 종결자' 코리아 갓 탤런트 = 케이블 오락채널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Korea's got Talent)'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장기자랑 무대'를 표방한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코미디, 마술, 춤, 악기 연주, 노래, 연기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오직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게 '코리아 갓 탤런트'의 일성이다.

tvN 이덕재 국장은 3일 "사실 우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곳에서 각자의 재주나 재능을 남에게 선보여왔다"면서 "저희는 그 장기자랑을 제대로 된 무대에서 전문가의 코멘트와 함께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리아 갓 탤런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장기자랑 무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음악감독 박칼린과 배우 송윤아, 영화감독 장진이 심사위원을 맡고 아나운서 신영일, 개그맨 노홍철이 진행하는 '코리아 갓 탤런트'는 오는 6월 4일 첫선을 보인다.

지역 예선은 2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대전, 인천, 서울 등 전국 6대 도시에서 5월 8일까지 열리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본선 무대는 7월 16일 시작된다.

본선을 거쳐 준결승에 진출한 모든 참가자는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뮤직과 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며, 8월 20일 가려지는 최종 우승자에는 상금 3억원과 부상이 주어진다.

이덕재 국장은 "노래 이외에 춤, 코미디 등 모든 장르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코리아 갓 탤런트'가 처음"이라면서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과의 '겹치기 출연'도 오히려 적을 거라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글로벌 인재 발굴 '도전자' = KBS '도전자'는 오디션이 아닌 미션 서바이벌임을 강조한다.

'도전자'의 전진학 CP는 "'아메리칸 아이돌'처럼 가수나 연기자, 모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고 지원자에게 과제를 준 다음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미션 서버이벌이 있는데 '도전자'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전자'는 KBS 2TV에서 2004년 방송된 '꿈의 피라미드'의 해외 버전으로 보면 된다.

주어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글로벌 인재 발굴이 우리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도전자'는 4월 한 달 간 지원자를 모집한 뒤 1ㆍ2차 예선을 거쳐 본선 지원자 2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본선 진출자 전원은 미국 하와이로 이동, 현지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하와이를 본선 무대로 택한 것에 대해 전 CP는 "한국 이민 역사가 시작된 곳이 하와이"라면서 "이유야 어찌됐든 한국인의 세계 진출이 시작된 곳이 하와이여서 글로벌 인재를 선발한다는 프로그램 취지와 부합한다고 판단해 현지 촬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션 과제들도 하와이 현지의 역사, 문화나 한국 이민사회 등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도전자'는 오는 6월 방송을 시작해 9∼10월께 우승자를 가려 낸다.

우승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MC는 배우 정진영이 맡았다.

'도전자'들의 개인별, 팀별 과제를 평가할 3∼4인의 심사위원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장르 다양화, 성공 담보할까 = 각 방송사의 '차별화 전략'덕에 오디션 장르는 다양해졌지만, 장르의 다양화가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슈퍼스타 K' 성공 이후 수개월째 지속된 '오디션 열풍'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에게는 오디션이라는 포맷 자체가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교석 씨는 "현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에 신생 프로그램들도 어느 정도는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슈퍼스타 K'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극적 효과가 큰 음악 오디션과는 달리 연기나 코미디 등의 장르는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가 공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는 직장인 정모(35)씨도 "'슈퍼스타 K'를 재밌게 봐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도 챙겨보고 있지만, 종류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솔직히 큰 차이점도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연정 기자 rainmaker@yna.co.kr